[e기자의 그런데] 교권침해와 과잉체벌

입력 2015-1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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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뉴스)

냄새가 난다. 이 시간에 후문에서 기어 나오는 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녀석을 불러 세워 주머니를 뒤진다. 담배다. 화를 꾹꾹 누르고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건넨다. “내놔”

그런데 녀석의 반응이 당당하다.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어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목소리를 높인다. “싫어요. 다른 애들은 왜 안 잡아요?”

결국 화가 폭발했다. 아무리 교권이 땅에 떨어졌어도 이건 아니다. 내 이 녀석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고 말테다. “이 XX봐라”

그 순간! 녀석이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나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아 XX, 학교 안 다니면 될 것 아냐”

이달 초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퇴학처분을 놓고 싸움을 벌이던 사제는 결국 나란히 법정에 섰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느냐고요? 대법원은 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학칙을 제정하고 징계하는 것은 존중돼야 하지만 배움의 기회까지 박탈한 건 가혹하다”

이것이 재판부의 판결문입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교권이 바닥”, “학생들이 무섭다”라며 세태를 개탄합니다.

사실 교권침해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윤관석 의원(새정치연합)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지난 5년간 벌어진 교권침해는 2만4569건에 달합니다.

폭언과 욕설이 가장 많습니다. 1만 5324건(62.4%)이나 된다고 하네요. 수업방해(5223건, 21.3%)도 비일비재하고요. 교사를 때리고(393건, 1.6%) 성희롱(323건, 1.3%)까지 합니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라도 체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학생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죠.

(출처=YTN)

이 장면 보신 적 있으십니까? 2008년 대구의 한 여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남성 교사가 보충학습에 빠진 학생의 뺨을 사정없이 때립니다. 주위 학생들이 말리지만 교사는 체벌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순천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담임교사의 체벌 후 뇌사에 빠졌다 사흘 만에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영국과 캐나다, 남아프리카, 대만 등 총 83개국은 법령으로 체벌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선 체벌 대신 수업에서 배제하거나 과제를 부여합니다. 이들은 학교생활규정을 상세하게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지한 후 엄정하게 적용하죠.

교사에게 욕을 한 학생,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 버린 학교. 사제간 믿음이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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