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파수ㆍ식별번호 사용...SKT 경쟁환경 변화로 KTF 견제 강화
최근 SK텔레콤과 KTF가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텔레콤이 KTF의 기지국 장비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KTF가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 ‘올인’ 전략을 차세대 이통시장에서 앞서 나가자 SK텔레콤이 견제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기지국을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SK텔레콤의 통신망 설비 하도급 업체 직원 윤모(37)씨는 문경 소재의 KTF 기지국으로 들어가 전파를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장비를 훼손했다.
이에 따라 KTF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KTF 직원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해 장비를 훼손하고 도망치는 윤씨를 추격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KTF 기지국 때문에 SK텔레콤 HSDPA 기지국에 장애전파가 발생한다고 보고 KTF 기지국 시스템을 잠시 중단시키고 원상복구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KTF 기지국 때문에 장애전파가 발생한다면 협조요청을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도 있었지만 윤씨는 KTF 기지국에 몰래 잠입해 결국 기지국 장비를 훼손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윤씨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SK텔레콤 본사 차원에서 개입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KTF는 SK텔레콤에 대해 민형사상의 소송과 통신위원회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TF 관계자는 “이번 문경 기지국 훼손 사건 이외에도 유사한 사건이 경남 창원 등 전국 10여개 기지국에서도 발생했었다”며 “장비를 훼손하는 것은 경쟁사의 서비스를 차단해 영업을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이뤼진 것이 분명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협력업체 직원인 윤씨가 단독으로 벌인 것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KTF에 공식적인 사과의사를 전달했다”며 “SK텔레콤 본사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SK텔레콤 협력업체의 경쟁사 기지국 장비 훼손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시장 패권 싸움에 나선 SK텔레콤과 KTF의 첨예한 신경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SK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KTF와 동일한 2GHz 주파수 대역과 같은 식별번호(010)를 사용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통 시장의 주도권을 자칫 KTF에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KTF가 지난 3월부터 HSDPA 서비스에 ‘올인’ 전략을 펼치며 앞서 나가자 SK텔레콤은 HSDPA 전국 서비스를 6월에서 3월로 앞당기며 KTF를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2세대에서 800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그만큼 특혜를 누렸지만 3세대에서는 KTF에 비해 기지국 설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GHz 주파수 대역에서는 2세대의 800MHz 대역과는 달리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SK텔레콤이 KTF를 견제하기 위해 HSDPA 전국 서비스를 무리하게 앞당겨 개시하면서 통화품질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F는 HSDPA 서비스에 ‘올인’ 전략을 펼치며 기존 2세대 1.8GHz 주파수 대역의 기지국에 장비를 추가해 3세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3세대 기지국을 구축해 HSDPA 통화품질면에서는 SK텔레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같은 주파수 대역과 식별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3세대 이통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SK텔레콤과 KTF의 신경전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업체간 업무상 경쟁은 불가피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공정한 룰 게임'은 반드시 요구되는 사안이다.
경쟁업체의 기술력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우위를 점해 본들, 그 우위력이 사회나 고객들이 인정할 수 없는 '범법적인 행위'에 의한 것이라면 해당 업체에는 업계최고라는 '명예' 이면에 항상 '不當'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