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넋두리]파리 테러 여파 ‘겉은 평온’, ‘속은 골병’

입력 2015-11-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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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경악시킨 파리 테러에도 월스트리트는 평온한 분위기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연이틀 상승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번 테러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에 큰 파장이 일으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테러 발생 후 첫 개장일인 16일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데 이어 17일에도 강세를 이어가자 월가의 전문가들은 예상치 않은 상황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국제원유가가 상승, 궁지에 몰린 세일원유업체의 경영난과 디플레이션 위험이 동시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례를 보더라도 9.11 테러 때 12% 이상 하락했던 증시가 한 달여 만에 원상회복했고,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 때도 2~3일간 2% 하락했으나 열흘 만에 회복했으며 2004년 마드리드 기차 폭파 테러와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때도 경제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럽의 양적완화조치에 대한 기대도 증시 안정에 한 몫을 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확대,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면 유럽 경기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량적 요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증시에도 반영됐다는 뜻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16일 뉴욕타임스 컬럼을 통해 공포에 빠지지 않는 것이 테러를 이기기는 길이라고 설파했듯 월가가 공포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러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골병들게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9/11 테러로 미국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3조3000억 달러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건물 붕괴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경계 강화, 테러와의 경쟁 및 이에 따른 퇴역군인 복지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관광 및 교역 감소 등 계산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비용은 더 커진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지출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너무 크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테러 피해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의 1인당 국민소득이 8.6% 더 높아졌다는 텔아비브 대학의 연구조사에서도 테러의 경제적 파장이 여실히 드러난다.

CNN 머니는 16일 미국이 대테러 작전에 투입하는 돈이 연간 최소 1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미국 특수작전부대의 자체 예산 100억 달러와 국토안보부의 예산을 포함하면 금액은 훨씬 커지고 그 외 비밀작전까지 감안하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예산전문가의 분석이다.

프랑스도 올해 대테러 예산으로 314억 유로를 책정해 놓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어려운 유럽의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유럽의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에버코어투자은행 연구소는 이번 사태로 난민 수용에 호의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면서 정치판도가 바뀌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래저래 이번 테러의 여파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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