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성진(59)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에게 징역 10월이 구형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물 손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에 대해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 심문 절차를 통해 조 사장을 상대로 "경쟁사 제품(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도어를 누른 이유가 뭐냐"고 재차 추궁했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주장했던 대로 "삼성 제품만 누른 게 아니다, 경험적 습관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세탁기 전문가로서 제품을 점검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어의 탄성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세탁기 전문가인 조 사장이 어느 정도 힘을 가하면 도어가 내려앉을 지를 안다는 것은 오히려 손괴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예훼손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의 추궁도 이어졌다. 검찰은 "삼성 세탁기의 힌지가 약하다는 내용이 보도자료에 들어갔는데, 이것을 승인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조 사장은 "보도자료를 '지난 번 나갔던 톤으로 하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세계 굴지의 기업인 LG에서 경쟁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언론에도 세탁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야 했다"고 재차 지적하자 조 사장은 "굴지의 LG와 삼성이 이런 일로 재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삼성과 LG의 원만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소를 유지한 검찰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특히 조 사장은 실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징역 10월을, 조한기(50) 세탁기연구소장(상무)은 벌금 300만원, 전명우(55) 홍보담당 전무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조 사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40년 동안 세탁기 한길만 걸으며 쌓은 신뢰와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 같은 불안감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며 "글로벌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회사에 큰 누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어 "현장에 CCTV가 있고 관계자들이 모두 지켜보는데 상식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고의로 파손할 이유가 없다"며 "40년 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세탁기를 파손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조 사장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다음 달 11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