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도감독 강화…‘눈에 띄는’ 카드 출시 어려워
해가 바뀐 지 채 4개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카드업계의 최고 ‘히트상품’은 하나은행의 ‘마이웨이카드’다. 이 카드는 출시 2개월만에 5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이 카드는 상반기든, 2007년 전체든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금융감독당국의 지도로 인해 빅히트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 개별상품에 대해서까지 지도에 나서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 ‘마이웨이카드’에 대한 지도에 이어 최근 농협이 출시한 ‘더 옴니(Omni) 카드’ 서비스 중 농협 할인점인 하나로클럽 최고 10% 할인혜택 부분이 막연하게 설명돼 있다며 혜택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도록 지도했다.
금감원은 할인혜택이 막연하게 설명돼 있어 누구나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으며 타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달 초 신한카드가 출시한 ‘아침애(愛)카드’ 역시 하나 마이웨이카드와 마찬가지로 출근시간 100원 교통할인 혜택을 포함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에서 마이웨이카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냄에 따라 이 서비스를 제외했다.
그 동안 금감원의 감독방향은 업계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전성 감독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카드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별적인 상품에 까지 일일이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카드대란에 놀란 금융당국의 당사자들이 아직도 현직에 많이 있는 등 그 때에 겪은 우려감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각 카드사들이 손익 계산을 해서 개발한 개별 상품에까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카드대란은 무차별적인 카드 회원 모집과 과도한 현금서비스 남발로 이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카드사들도 철저한 리스크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마케팅마저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는 ‘공안정국(公安政局)’상태”라며 “당분간 눈에 띄게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상품은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공안정국’ 상황이 진행되면서 각 카드사들은 새로운 서비스 혜택을 제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금감원의 ‘지나친 지도’가 체리피커 회원을 차단하고, 메인카드로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카드가 출시 예정인 ‘현대카드 V’의 경우 상당한 할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카드사의 경쟁 유발 가능성으로 금감원의 허락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상품이다. 이 카드는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대형 마트, 음식점 등에서 최대 10%의 할인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이 상품을 개발하면서 무작위 혜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월 사용금액에 따라 할인폭을 제한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마이웨이카드의 사례도 있고 해서 사용금액에 따른 구체적인 할인 서비스 혜택을 명확히 설계했다”며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며, 카드사 입장에서도 체리피커에 대한 예방과 메인카드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