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럴까? 단순히 인구밀도 문제일까? 그리고 문화 수준이 달라서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즉 그러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점에서는 맞다. 그러나 그 같은 요인 뒤에 토지소유 구조라는 더 큰 요인이 있음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틀렸다.
아름다운 도시들에는 국공유지가 많다. 대다수의 경우 도시 전체의 70~80%가 국공유지이다. 또 우리와 달리 임대주택도 많다. 그래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그 주변 땅값이 올라봐야 별 이익이 없다. 오히려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공기가 나빠지는 등 좋지 않은 일만 생긴다. 자연히 상업적 개발을 반대하게 되고, 이러한 의지가 모여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냥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도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도시를 가꾸기 위한 실질적 노력의 결과로 이뤄진 일이다. 이를테면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1930년대부터 사유지를 사들여 국공유지를 넓혀 왔다. 사유지가 많은 상태를 그대로 두면 도시가 어찌 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땅 저 땅 다 팔고, 심지어 북한산 자락까지 잘라 팔아먹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역사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가뭄이 심한 이때, 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물어보기 위해서이다. 도시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낮은 관심이 지금의 잿빛 도시를 만들었듯이 물에 대한 낮은 관심 또한 우리를 지금의 가뭄을 넘어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판이기 때문이다.
가뭄대책 회의에서의 기조강연을 부탁받고 스스로 물어보았다. 또 서울과 그 외곽에 사는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살펴보았다. 물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어느 정도일까? 놀라울 정도로 낮았다. 17개 다목적 댐 중 7개가 주의 단계에 있고 2개가 경계 단계와 심각 단계에 있는 가운데서도 이 문제를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는 물 부족 상태에 있다. 비가 많이 오기는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6분의 1 정도이다. 그것도 6월에서 9월까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관리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5~6년 주기로 심각한 가뭄이 찾아온다.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그 주기가 더욱 짧아질 수도 있다. 걱정과 관심이 낮아 될 일이 아니다.
국민적 관심이 낮으니 정치적 관심이나 정책적 관심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만 해도 그렇다.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그때 잠시 호들갑을 떨 뿐, 표가 되지 않는 문제에 누가 그리 큰 관심을 두겠는가? 그러다 보니 물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임에도, 물의 양은 국토교통부가 맡고 물의 질은 환경부가 맡는 등 통합적인 관리체제 하나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수도권 주민들 입장에서는 물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과거와 달리 제한급수 등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생수를 사 마시거나 정수기를 많이 이용하니 수질 걱정도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또 과거 같으면 가뭄이나 홍수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걱정도 덜해졌다. 수입 농산물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관심을 두게 될까? 물 문제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없다. 물과 관련한 모든 일의 바탕이자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물어야 하고, 반드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내용의 답이 있을 수 있다. 물 문제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일,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도요금을 올려 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물에 있어서만큼은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만큼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도 내내 회의적인 마음이 든다. 이 글엔들 관심을 둘까? 제목을 보는 순간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을까? 글쎄. 한번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