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키즈 김 기자] 프라이드로 보는 韓 자동차의 혁명… 오랜만입니다. '따거(Tager)'!

입력 2015-11-12 09:03수정 2016-09-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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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터리제이션(자동차 혁명)의 출발점은 기아차의 1세대 프라이드입니다.

1981년 정부의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는 당시 국산차 메이커였던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기아산업을 삼분할하게 됩니다.

이 정책은 "무분별한 경쟁을 막고 회사별로 일정기간 주력 차종을 생산하며 관련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결국 현대차는 소형차를, 대우차는 중형차 생산에 집중했고 기아산업은 상용차를 전담하게 됩니다. 쌍용자동차(당시 동아자동차)는 특장차와 일부 군납생산을 도맡게 됐지요. 되돌아보면 군부정권이 서슬퍼런 칼날을 앞세워 자동차 회사를 옥죄는 정책이었습니다.

반면 1톤 트럭을 포함한 상용차를 전담했던 기아산업은 부도위기에 몰렸습니다. 수요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벼랑 끝까지 몰렸던 기아산업이 마침내 일을 내버리고 맙니다.

▲기아산업의 1세대 프라이드는 이란에서 '나심(Nasim)'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란 사이파는 우리에게도 없었던 프라이드 픽업을 개발해 큰 재미를 보고 있지요. (출처=사이파)

◇기아산업의 봉고신화= 1톤 트럭을 개조해 원박스카, 이른바 ‘봉고차’를 만들면서 기아산업은 회생하기 시작합니다. 수요가 뚜렷하지만 아무도 승합차를 만들지는 못했으니까요.

물론 1970년대 말 현대차가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훗날 현대차 스타렉스의 전신, 그레이스가 됩니다)를 바탕으로 원박스카를 만들었지만 당시는 승용차도 귀하던 시절이었고 수요도 없었습니다.

봉고신화를 이끌어낸 기아산업은 1980년대 중반, 공업합리화 해제에 맞춰 소형차를 개발합니다.

현대차 엑셀과 프레스토, 대우차 르망과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1.3ℓ 소형차로 출발했는데요. 자체 개발은 어려웠으니 일본 마쓰다에서 기술을 들여왔습니다. 마쓰다가 개발하고 기아산업이 생산해 미국 포드가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결국 자동차 3사가 '윈-윈-윈'하는 대성공을 이뤄냈습니다.

그렇게 1987년에 등장한 '프라이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자동차의 모터리제이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한국은 점진적으로 생활수준을 높여갔습니다. 당시 프라이드는 국내 최저가 소형차에 높은 연료 효율을 앞세워 서민들도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으니까요.

프라이드는 1990년대 후반 IMF 탓에 회사가 부도사태에 이를 때까지 기아산업, 아니 대한민국 소형차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프라이드는 사라졌고, 2005년 베르나 플랫폼을 바탕으로 2세대 프라이드가 등장합니다. 이어 2011년 3세대로 거듭나면서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에 오롯이 머물고 있는 ‘진짜’ 프라이드는 1980년대 말 거리를 신나게 누볐던, 그때 그 시절 프라이드입니다.

▲어디 픽업 뿐인가요. 해치백과 세단이었던 라인업에 이른바 패스트백을 새롭게 개발해 추가했습니다. 트렁크가 어설펐던, 그 시절 우리의 '프라이드 베타'보다 한결 멋져 보이지 않나요? (출처=사이파)

그럼 그때 그 프라이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이제 중고차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희귀한 대상이 됐지만 여전히 어디선가 도로 위를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때 그 프라이드는 지금 이란에 있습니다.

2004년 기아차는 2세대 프라이드 출시 전, 원조 프라이드와 후속 모델이었던 ‘리오’를 이란에 넘겼습니다. 반조립 상태의 부품을 이란으로 보내고, 현지 브랜드 '사이파(Saipa)'가 이를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을 추구했습니다. 단종된 모델의 생산설비와 조립을 해외로 넘기면서 또 다른 수익을 얻어낸 셈이지요.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이 당시 현대차 유럽법인장을 거쳐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에 오른 김용환 부사장입니다. 지금은 현대기아차 총괄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사이파는 우리 프라이드를 가져다 '나심(Nasi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습니다. 해치백과 세단이었던 라인업은 이제 우리에게도 없었던 픽업과 패스트백(세단의 트렁크를 더 짧게 축소한 차량)까지 등장하게 됐지요. 사라졌던 프라이드는 아직도 이란에서 열심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답니다.

▲2세대 코란도의 생산설비와 라이센스는 러시아 타가즈가 인수했습니다. 이 역시 우리에게도 없었던 5도어 모델을 추가해 부지런히 신차를 생산 중이지요. 오랜만입니다 따거(Tager)~! (출처=타카즈)

▲무쏘 역시 타가즈가 생산 중입니다. 5인승 픽업이었던 무쏘 스포츠를 변형해 2인승 픽업으로 내놓고 이름은 '로드 파트너'라고 지었습니다. 타가즈가 디자인을 바꾸면서 깜짝 놀랄만큼 못 생겨진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출처=타가즈)

그 뿐인가요. 요즘은 가짜(?) 쌍용차가 거리를 누비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 쌍용차의 전성기를 일궈냈던 주인공은 당연 무쏘와 뉴 코란도입니다. 2세대였던 뉴 코란도는 이미 단종됐지만 세대 구분을 위해 여전히 뉴(New)라는 접두사를 달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 역시 사이파 나심(기아차 프라이드)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열심히, 그것도 향긋한 새 차 향기를 풍기며 달리는 중입니다. 바로 러시아 브랜드 '타가즈(Tagaz)'인데요. 뉴 코란도는 '타거(Tager)'라는 이름으로, 무쏘는 '로드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생산됩니다.

물론 도어가 2개였던 코란도는 4개가 됐고, 5인승 무쏘 픽업대신 2인승 픽업으로 둔갑했지만 속내는 여전히 코란도와 무쏘의 모습 그대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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