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롯데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법적인 책임질 ‘동일인’ 지정 놓고 고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 총수(동일인) 자리를 놓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4년간 회장 직함을 써 온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일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의 동일인 지위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갖고 있다. 시각에 따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제왕적 경영행태’에 따른 법적 책임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 롯데그룹의 동일인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4월 1일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할 때 이 같은 동일인 지정에 나섬에 따라 5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정리될지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동일인이 신동빈 회장으로 바뀔 가능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분과 영향력을 고려해 계열사 범위를 정한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를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또는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인물로 신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을 꼽았다. 그는 “(동일인 변경)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4월 1일 지정할 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공정위의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가 나서서 롯데그룹 총수로 신동빈 회장을 섣불리 지정할 경우 특혜 논란 등 여론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앞서 신 총괄회장의 장남 공개 지지 선언이 공식화하면서 동일인 변경에 민감한 눈치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장자의 권리를 찬탈한 패륜의 굴레에 동일인 변경에 따른 아버지 지위 찬탈이라는 오해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년 4월 누구를 동일인으로 제출하든지, 지분과 이사 선임 등을 고려해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