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별거… 법원, 결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한 배우자 이혼청구 인정

입력 2015-11-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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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도록 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기준을 세운 이후 첫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재판장 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다른 여성과 혼외 살림을 차린 A씨에 대해 "이혼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1970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잦은 다툼으로 1980년 이혼했지만, 3년 뒤 다시 혼인신고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원만히 유지되지 못했고, A씨는 결국 집을 나가 1990년부터 다른 여성과 25년간 함께 동거를 시작했고, 자녀도 뒀다.

혼외자 출산 이후 A씨는 이혼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에 입각한 판결이었다.

25년간 A씨는 장남 결혼식 때 부인과 한 차례 만났을 뿐, 이후 만남도 연락도 없었다가 2013년 다시 이혼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에 따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항소심 결론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혼인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기각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부부로서의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에 이른 만큼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별거로 인해 혼인의 실체가 사실상 없고, A씨가 그동안 자녀들에게 수 억원대 경제적 지원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이혼을 허용하더라도 부인이나 자녀에게 큰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고 있지만 이는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며 "혼인생활을 계속하라 강제하는 것은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9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며 '유책주의'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다만 혼인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방과 자녀에게 보호·배려를 한 경우와 세월이 흘러 파탄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경우는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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