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투입 규모 비해 큰 성과 못거둬… 중국침체 등 악재도 계속 이어질듯
지난 3분기 성장률이 모처럼 1%대를 넘는 등 호조세를 보였지만 정부의 3%대 성장률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이는 수출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이를 방어할 만한 정부의 정책 여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6분기 만에 전기 대비로 1.2%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분기별 성장률(전기 대비)은 작년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떨어진 이후 5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수출 부진에 가뭄과 메르스 여파가 겹쳐 성장률이 0.3%로 떨어졌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1.2%로 반등하면서 6분기 만에 0%를 벗어난 것이다. 이는 2010년 2분기에 1.7%를 기록한 이후 21분기(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다.
4분기 성장률은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민간소비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타격으로 2분기 -0.2%까지 내려간 민간소비는 3분기엔 1.1%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반등이 대부분 정부 정책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편성 예산을 투입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그랜드세일 추진 등 소비 회복을 위해 모든 여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여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는 27일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4분기에 9조원 이상의 유효수요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간 재원 투입에 따른 소비 진작이 반짝 효과에 그치고, 내년 정책 여력를 빼내 쓴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또한 4분기 소비가 개선되더라도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 수출 부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다. 지표상 정부가 밝힌 3.1% 성장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년 동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이 3.3%를 기록해야 한다. 이미 연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기 대비로도 0.9%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 전망치인 3.1%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4분기만 4% 중반의 성장이 필요한 셈이지만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2.5%, 2분기 2.2%, 3분기 2.6% 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내년 성장률마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의 경우 3.3%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성장의 바탕이 된 올해 성장률이 2% 중후반 대로 밀려날 공산이 커지면서 이미 출발부터 흔들리게 된 양상이다.
또한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수출부진 등 대내외 악재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소진된 이후 소비절벽이 예상되면서 내년 1분기 성장폭마저 제한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정부의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 8월과 9월 14.9%와 15.5%로 급등하면서 3분기 내수 회복을 견인했지만, 내년까지 이런 판매 호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2012년 9∼12월에도 개별소비세 인하가 있었으나, 다음해 1분기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증가율(-0.1%)로 전환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의 일시적 매출효과 또한 장기적으로 침체 추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심리 회복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은행을 비롯, 국내 연구원들 대부분이 내년에도 2%중후반대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경환 부총리의 국회 복귀 이후인 차기 경제팀의 경우 부양정책 여력을 대부분 소진한데다 1분기 소비절벽이 도래하면서 되레 소비침체에 속수무책으로 마주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