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기업 인수ㆍ출자 사례 늘어… 선순환 산업생태계 구축 어려울 수도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중국자본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업에 출자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장기간 고착화되면, 향후 국내 산업경쟁력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백색가전업체 하이얼은 최근 국내 대기업 CJ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웨이 인수에 나섰다. 코웨이 인수에는 하이얼 뿐만 아니라, 중국 전략적 투자자 3곳도 경쟁에 나서고 있다. 코웨이 인수전에 중국자본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이얼은 코웨이의 정수기, 공기청정기 기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웨이는 현재 필립스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 공기청정기를 공급하고 있다. 하이얼은 이번 코웨이 인수를 통해 공기청정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인수가격을 CJ 혼자 부담하긴 힘든 상황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자본들은 확실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최근 한류 제품들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다, 기술력을 흡수하길 원하는 현지 기업들의 수요도 높아 최근 국내 기업 인수나 출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자본들의 국내 중소ㆍ중견기업 인수는 이번 코웨이건 이 외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트라 다롄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이 국내 기업을 M&A한 사례는 총 5건, 금액상으로도 6억6000만 달러(한화 약 7465억원)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무려 30배나 급증했다.
실제 지난해 ‘또봇’으로 유명한 국내 완구업체 영실업이 중국계 펀드로 매각됐고, 토종 유아복 제조업체 아가방앤컴퍼니도 중국 랑시그룹으로 팔려 화제를 모았다. 앞서 2013년에도 유아복 브랜드 ‘블루독’ 등을 보유한 서양네트웍스가 홍콩기업으로 인수됐고, 2012년엔 디샹그룹이 국내 패션기업 아비스타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중국자본의 인수ㆍ출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은 단기적으론 환영할만한 요소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고착화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자본들이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상품 기획력을 가진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의 인수 또는 출자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한 관계자는 “보통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시 국내에 재투자돼 전반적인 산업생태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정석이지만, 중국자본들에 의한 국내 기업 인수가 늘어나게 되면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기 힘들다”면서 “아직까지 고급기술 분야는 중국자본 진출이 드물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경쟁력이 약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