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4개월간의 마라톤 '마침표'

입력 2007-04-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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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협상부터 가속화... 쇠고기·자동차 끝까지 발목 잡아

타결이냐 결렬이냐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던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낮 드디어 타결됐다.

결렬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됐지만 당초 협상시한이었던 지난 1일 오전에 한·미 양국은 '협상 48시간 연장' 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나오면서 타결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됐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날 오후 "한국과 미국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한·미 FTA 추진의지를 밝힌 후 약 14개월만에 대장정이 끝을 맺은 것.

8차례의 공식협상과 수 차례의 고위급 협상을 진행했던 한·미 FTA는 협상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각종 사고와 우여곡절이 많았다.

◆ 양국 통상장관 미국서 공식 출범 선언

지난 해 2월 한국과 미국의 통상 장관은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미 FTA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또 같은 해 4월에 협상 일정 등의 조율을 하고 5월에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협정문 초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협상 초반부터 나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완화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강화 ▲스크린쿼터 축소 ▲건강보험 약가 적정화 방안 연기 등 이른바 '4대 선결요건'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기 싸움으로 시작한 협상

일부에서 한국경제 60년史에 커다란 족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까지 평가했던 '한·미 FTA'의 1차 협상은 지난해 6월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작됐다.

양측은 1차 협상을 탐색전 위주로 일관하면서 협상의 진전 속도는 매우 더뎠다.

특히 1차 협상에서는 농업·위생·검역 분과의 견해 차이가 매우 커 통합 협정문 작성에 실패하는 등 협상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는 협정문과 양허안의 교환이 이뤄지면서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리측이 제시한 의약품 협상안을 미국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협상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3차 협상부터 한·미 양국은 상대방의 기를 누르기 위해 협상장을 일반적인 경제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실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은 뉴욕과 워싱턴 D.C가 아닌 시애틀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며 우리나라도 제주도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등 변칙적인 전술까지 동원했다.

5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분야가 협상의 쟁점사항으로 떠오르면서 한국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됐다.

당시 김종훈 대표는 의약품·자동차·무역구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협상단에게 협상장을 나오라고 지시하는 등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 올해 들어서면서 본격적 협상 진전

탐색전과 기싸움으로 이어지던 지난해의 협상과 달리 지난 1월 열린 6차 협상부터는 양측이 타결에 초점을 맞추고 협상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6차 협상부터 양쪽은 현실적으로 대안을 주고받는 형식의 '빅딜'을 시도하는 등 무난하게 한·미 FTA가 진행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당시 협상에서 우리측은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 세제를 개편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의약품 부문에서도 예외적용이 전제되면 의약품 특허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처럼 6차 협상부터 한미 양측은 급속도로 각 분야에서 타결을 이루면서 협상의 급물살을 탔으며 이제 최종 결정은 실무진이 아닌 장관급 협상으로 이어졌다.

◆ 쇠고기·자동차 문제로 협상 연장까지 이르러

급물살을 타던 한미 양측의 FTA 협상은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가 발목을 붙잡았다.

미국은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실시하라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고 국내 농업의 근간인 '쌀'도 개방품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쌀이 포함되는 경우 FTA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다"는 초강수를 내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은 또한 우리 측이 요구한 자동차 관세철폐 방안을 8차 협상때까지도 제시하지 않아 우리측 협상단의 애를 태우는 등 심리전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양측은 지난 달 26일부터 서울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USTR 부대표를 필두로 최후 담판을 시작했다.

최후담판에서도 양측은 자국의 이익을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한 협상을 지속했고 팽팽한 대립 끝에 결국 당초 시한인 지난 달 31일 오전 7시까지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48시간의 협상 연장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한미 양측은 48시간의 추가 협상을 통해 당초 양국이 원하던 바를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각국 입장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룬 채 협상이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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