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10개월째 0%대’라는데…체감물가는 왜 높을까?

입력 2015-10-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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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인데도 체감물가는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물가 통계를 내는 통계청 수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나타난 일반인의 물가 인식 수준은 지난달 2.4%로,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0.6%)의 4배 수준이다.

유경준<사진> 통계청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2월 이후 지금까지 물가가 0%대 상승했지만 일반 국민은 체감물가가 높다고 인식해 소비자물가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통계상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 청장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평균의 함정' 이론이다.

소비자물가는 481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되지만, 개별 가구는 이 중 일부만을 소비한다.

지난달 8월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ㆍ경유 등 자동차 연료가격이 떨어져 교통 부문 물가가 6.5% 하락했다. 그러나 전철(15.2%)과 시내버스(9.2%) 등 대중교통 요금은 올랐다.

이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물가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평균의 함정'이다.

취학자녀가 없는 가구의 경우 교육물가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지역별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유 청장은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지역 물가는 1.3% 올랐지만 충북(-0.4%), 전북(-0.3%), 경북(-0.2%) 물가는 떨어졌다.

'평균의 함정'만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심리적 요인을 들었다.

통계상의 소비자물가는 구입 빈도를 고려하지 않고 산출되지만, 체감물가는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에서 비슷한 가중치가 부여되는 배춧값이 오르고 냉장고 값은 내렸을 때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 청장은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이득과 손실을 봤더라도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손실회피 성향이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가격 상승과 하락을 동일하게 반영하지만 체감물가는 가격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 현상에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통계청은 고령층 물가, 저소득층 물가, 구입 빈도별 물가 등 다양한 보조지표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통계청은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14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를 공표해 왔으며, 조만간 가격 상승품목에 더 높은 가중치를 적용하는 ‘체감물가시험추계’(임시물가지수)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지역통계를 강화하기 위해 통계청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IT 기반 통계를 전담하는 '통계서비스정책관'과 빅데이터통계과, 마이크로데이터과가 신설된다.

마이크로 데이터는 통계 조사 등으로 만든 원자료의 오류를 수정한 기초자료다.

통계청은 현재 40종을 제공하는 마이크로 데이터를 2017년까지 26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지역 단위의 통계를 강화하기 위해 5개 지방통계청에 지역통계과를 설치하고 49개 통계사무소는 34개로 통폐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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