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16일 滿山紅葉(만산홍엽)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

입력 2015-10-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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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1주일쯤 빠르다. 색깔도 어느 해보다 더 선명하다. 온 산 가득한 붉은 단풍,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단풍 시는 당(唐)의 시인 두목(杜牧)의 작품이다. “멀리 가을 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해 질 녘 단풍 숲이 좋아 수레를 멈췄더니/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구나.”[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붉은 단풍을 노래한 마지막 행이 명구로 꼽힌다.

조선 중기의 문인 차천로(車天輅·1556∼1615)는 ‘문수사에서 잠시 쉬다가’[蹔憩文殊寺]에서 이렇게 읊었다. “온 산에 붉은 잎 비단처럼 찬란해라/낙조의 가을빛 그림 속 얼굴일레/잠시 자리 빌려 단잠에 드니/이 몸이 백운 속에 있는 줄 몰랐네”[滿山紅葉錦斒斕 落日秋光畵裏顔 蹔借蒲團成穩睡 不知身在白雲間]

그런데 이 작품은 정도전(鄭道傳·1342~1398)의 시 ‘김거사의 시골 집을 찾아’[訪金居士野居]와 비슷하다. “구름 낀 가을 하늘 아득히 넓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지는 잎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구나/시내 다리에 말 세우고 갈 길 묻노라니/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 몰랐네”[秋陰漠漠四山空 落葉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마지막 행이 서로 흡사하다.

정도전의 시는 소동파(1037~1101)의 ‘서림사 벽에 쓰다’[題西林壁]를 연상시킨다. “가로 보면 고갯마루 옆으로 보면 봉우리/원근고저가 제각기 다르구나/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지”[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연대순으로 표절인 것일까. 아니다. 단풍이 좋아 차운(次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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