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아그라 마름모꼴-파란색 디자인은 고유상표 아냐"…'팔팔정' 사실상 승소

입력 2015-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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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정(왼쪽)과 비아그라(오른쪽))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제조사가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복제약인 '팔팔정'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 본사와 한국지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화이자는 팔팔정이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2012년 소송을 냈다. 마름모 도형의 입체적 모양과 푸른색 계열의 색채를 입힌 것은 비아그라 고유의 디자인인데, 복제약인 팔팔정도 같은 형태로 제조됐다는 것이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팔팔정이 비아그라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비아그라의 디자인은 특정 제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히 알려진 게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푸른색 마름모 모양은 비아그라의 디자인 상표권과 저명성이 인정되는 부분"이라며 "한미약품이 팔팔정을 생산·판매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심장혈관용 약제, 성기능장애 치료용 약제를 지정상품으로 하고, 마름모 도형의 입체적 형상과 푸른색 계열의 색체를 결합해 구성된 비아그라의 상표는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름모 도형과 색체가 결합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비아그라 디자인이)수요자에게 거래 분야에서 알약의 형태로 채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김기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오리지널 제약사의 지적재산권 남용 또는 비본질적인 지적재산권의 활용을 통한 우회적인 시장 독점 연장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원조 제약사가 특허권이 만료됐는데도 불구하고 후발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상표권 주장을 남용하는 사례를 바로잡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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