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본 한국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비 절반 충당 ‘달콤한 유혹’

입력 2015-10-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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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광고료만으론 비용감당 안돼 도입…시청률 오르면 대본수정 작가 진땀

▲왼쪽 시계방향대로 드라마 ‘용팔이’ ‘별에서 온 그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미생’

‘PPL(Product Placement)’이란 방송에 특정 제품을 노출해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이다. PPL의 지원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해당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그보다는 금액이 적지만 제작비를 협찬한 후 브랜드 로고, 간판 등을 노출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 PPL이 배경적 요소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PPL은 극의 중심이 되었다. PPL이 극을 이끌게 된 주요 원인은 드라마 제작환경 탓이 크다. 전산 KBS PD는 과거 제작발표회에서 “외주 제작사는 제작비가 모자라고 방송국은 줄 수 있는 제작비가 한정돼 있다. 모든 예산은 광고료로 책정되는데, 그 광고료가 10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반면 제작비와 출연료, 원고료 등은 지나치게 많이 올라서 광고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PPL”이라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16부작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는 3억~4억원 선이다. 그중 지상파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실제 제작비의 5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나머지 제작비는 PPL과 해외 판매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판매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PPL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골적인 PPL로 논란이 됐던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는 회당 4억원가량의 제작비가 사용됐다. 12회 총 제작비 48억원 중 절반은 PPL로 메웠다는 후문이다.

보통 PPL이 정해지면 제작진과 업체 간의 상호 협의가 이뤄진다. 이후 PD가 알아서 소품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업체의 요구에 따라 대본을 적절히 수정한다. 한 외주 제작사 소속 작가는 “업체의 요구에 맞춰 대본을 개연성 있게 고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PPL이 늘어나도 이를 모두 수습해야 하는 것은 작가”라고 토로했다.

PPL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지만, PPL이 있어야 드라마 시장이 움직이고 경제적 효과가 생긴다. 이제 PPL은 한류를 홍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됐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PPL을 통해 중국에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치킨 브랜드의 수출길을 열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도 지나치게 직설적이면 감동이 덜하듯 PPL도 노골적으로 표현되면 광고주나 시청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방통위의 제재나 강압보다는 제작진과 업체가 양심적으로 드라마 구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PPL을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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