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 이야기] 행복한 노후, 핵심은 부부 화목

입력 2015-10-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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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추석 연휴에 노후를 생각하게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회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아내와 노후에 대해 얘기를 자주 나누게 된다. “여보, 인생 뭐 별거 있소? 나이가 들수록 우리 건강하게, 재미있게 삽시다.”

주로 이런 다짐을 반복하는데 우리 부부는 완벽하진 않지만 경제적인 여유, 건강, 인간관계, 여가 활동 등 행복한 노후를 위한 요건을 어느 정도 골고루 갖추고 있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딸아이까지 결혼을 시켰으니 누구도 부럽지 않은, 난 부자”라고 하면 아내는 “당신이 정말 부자를 못 봐서 그렇다”고 대꾸를 하면서도 내 얘기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요즘 노후 대책으로 재무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리 재무 설계를 하고 분수에 맞게 씀씀이를 과감하게 줄이는 수밖에 없다. 건강 역시 노화로 찾아오는 ‘전과 같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 역시 고관절 수술과 무릎 수술로 마라톤과 등산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고 꾸준히 걷는 운동으로 근력을 키웠더니 예전보다 한결 편해졌다. D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일찌감치 내려놓고, 2000년 1월 1일 연구소를 설립해 16년째 한결같이 내 자리를 지키며 평생 할 수 있는 역할 하나는 건진 셈이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50대에는 주 5일 일하고 60대에는 주 4일, 70대에는 주 3일 그리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80대, 90대에도 1주일에 이틀이나 하루는 출근해 내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원만한 인간관계가 아닌가 한다. 장성한 자식과 손주와의 관계, 형제자매나 친척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화목한 부부관계이다. 아무리 귀한 자식이라도 짝을 찾아 결혼하면 떠나게 되는 법,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짐이 안 되게 각자 잘 사는 것이 행복한 노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손주와의 왕래 역시 초등학교 1·2학년 정도까지이지 자기 부모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지내고 싶어 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형제들도 각자 사위와 며느리를 보고 구심점이 돼 주셨던 부모님마저 세상을 떠나고 각자의 가족 위주로 만나게 되면 꼼짝없이 부부 중심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갈등과 불화가 심해지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더라도 행복한 노후를 맞기는 어렵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가끔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일도 있지만 곧 화해하고 매사를 상의하며 풀어 나가니 나쁜 감정이 크게 쌓일 것이 없다. 그리고 결혼 34년을 맞으며 파국을 부르는 부부싸움을 피해 가는 지혜도 생겼다. 또한 아내와 함께 자주 걷고 운동하고 영화 보고 간단하게 한 끼,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둘이서 함께 할 수 있는 목록을 늘려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부부 공동의 꿈을 갖게 되어 기쁘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 그 최종 결정권은 늘 아내에게 주고 있지만 연구소는 서울 근교에 두고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어서 양평으로 사무실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엔 반대하던 아내도 이제는 대체로 만족을 하는 편이다. 인연이 되는 땅을 언젠가 만나면 연구소를 조그맣게 하나 짓고 싶다는 가슴 설레는 꿈을 키우고 있다. 손자 손녀들이 와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도 조금 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숲길도 코앞에 있는 또 하나의 보금자리….

이런 부부 공동의 꿈도 마련했으니 우리 부부 농사도 풍년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욕심을 부린다면 넉넉한 미소와 포용력으로 품어주는, 모두들 닮고 싶어 하는 향기 나는 부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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