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사도’ 송강호 직격 인터뷰… “영조, 이런 꼰대가 어딨나?”

입력 2015-09-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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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에서 영조 역을 열연한 배우 송강호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배우 송강호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 어떤 배역도 송강호가 연기하면 어색하지 않았다. 송강호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영화 ‘사도’(제작 타이거픽쳐스, 배급 쇼박스, 감독 이준익)로 돌아온 송강호의 영조가 더욱 기대된다.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 송강호를 만나 재탄생했다.

2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이투데이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차기작 ‘밀정’의 촬영에 여념이 없는 그는 중후하게 콧수염을 기른 상태였다.

“일부러 공백기를 가지지 않았다. 평균을 내어보니 1년에 1.1편 정도 했더라. 다작하진 않았다. 성향이 그렇다. 어떤 배우들은 다작하면서도 잘하는 분들이 많다. 개봉을 앞두고는 항상 긴장된다. 평단의 반응이 좋았는데 관객들도 똑같이 받아들이면 좋겠다.”

“아버지로서 영조의 모습이 좋았다.”

복귀작으로 사극을 선택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정공법으로 다뤘다는 점이 주요했다. 왕으로서 영조가 아닌 아버지로서 영조, 그리고 아들로서 사도의 모습이 송강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얘기를 얼마나 많은 드라마, 영화에 다뤘나. 모든 분이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치역학적인 것이 아니라 왕으로서 아비와 세자로서 아들에 집중해 정직하게 다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 역을 열연한 배우 송강호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영조 역의 송강호는 40세부터 80세까지 세월의 변화를 온몸으로 연기한다. 외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목소리 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썼다. “80대 노인의 탁한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했나?”라는 질문에 그는 “영업비밀”이라며 호탕하게 웃더니, “목을 혹사했다”고 대답했다.

“임오화변 당시 영조의 나이가 70세였다. 지금이야 70세에도 건강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지금의 100세와 다를 바 없다. 과장 없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특수 분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예쁘고 멋있게 보일까’가 아니라 ‘가장 영조다운 모습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단순히 나이 든 영감이 아니라 평생 고통 속에 살아온 군주의 삭막한 인생을 담고 싶었다.”

“외롭다는 점에선 영조와 마찬가지다.”

송강호의 이런 고민 때문이었을까. 영조는 그 어떤 왕보다 사실적이다. 동시에 철저한 사료 검증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라는 영조의 대사가 유독 뇌리에 남는다.

“극 중 영조는 솔직해서 좋다. ‘1년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드니?’라고 세자에게 한 말도 실제 영조가 했던 말이다. 왕은 매번 근엄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그분들도 사석에서 편하게 말도 하고, 농담도 하고, 심지어 신하들에게 욕도 했다. ‘사도’에서 나온 영조의 말투는 저와 이준익 감독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 영조의 말투다.”

▲영화 '사도' 스틸컷 송강호-유아인(사진제공=쇼박스)

‘사도’는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총명했던 아들을 외면해야 했던 영조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송강호는 영조가 '꼰대'라는 말에 “맞다. 이런 꼰대가 어딨나?”라고 대답했다.

“지금 세대가 보면 이해 불가다. 하지만 불과 30~40년 전 우리 아버지만 봐도 지금 세대와 차이가 나는데 250년 전에는 어땠겠나. 특히 유교 사회에서 왕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사랑받지 못했지만, 사도세자 역의 유아인은 송강호에게 백점짜리 아들이었다.

“유아인이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때론 거칠고 때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도 정직한 마음으로 사도를 연기했다. 후배지만 멋있었고 놀라웠다. ‘저 나이 때 제가 저렇게 연기했나?’ 생각해보면 대견스러웠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 역을 열연한 배우 송강호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모질게 자식을 대했던 영조와 뒤주에서 죽은 사도를 언급하며 송강호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 “이거 울컥하네….”

송강호는 영조를 연기하면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까. “외로운 건 똑같다. 카메라 앞에선 더 외로워진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지켜볼 뿐이다. 왕도 마찬가지다. 자식 관계에서 소통의 부재가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웃음) 영조처럼 윽박지르진 않지만, 경상도 남자는 집에 가면 말이 없다.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소통의 부재를 걷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송강호는 오는 10월 1일 개막을 앞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는다. 공교롭게 송강호도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영화만 20주년이다. 연극을 6~7년 했으니, 배우 데뷔는 27년째다. 27년 동안 배우로 쭉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작품 활동할 수 있었던 점은 축복이다.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셔서 가능했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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