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기 제조업체인 닌텐도가 기미시마 다쓰미(65) 상무를 고 이와타 사토루 사장의 후임에 내정하면서 한동안 우려됐던 모바일 게임 개발에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닌텐도는 기미시마 상무가 오는 16일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14일 밝혔다. 회사는 같은 날짜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경영을 맡아온 거치형 게임기 ‘Wii’ 개발자 다케다 겐요 대표이사 전무는 현재 통합 개발 본부장에서 기술 펠로우(신설)로,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전무는 정보개발본부장에서 크리에이티브 연구원(신설)에 각각 취임한다고 전했다. 회사는 “연구원 직은 대표이사 중에서 선정하며, 고급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 영역으로 조직 운영에 관해 지도 및 조언을 하는 직위”라고 설명했다.
닌텐도의 새 사령탑에 내정된 기미시마 상무는 도쿄 출신으로 히토쓰바시대학 졸업 후 1973년 현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전신인 산와은행 본점 홍보부와 뉴욕 지사에 근무하다가 2000년 12월 포켓몬 대표 이사에 취임했다. 2006년 닌텐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기미시마는 미국 법인 사장을 맡다가 2013년에 상무로서 회사의 경영 전반을 총괄해왔다.
기미시마 상무는 이와타 사장 생전에 디엔에이(DeNA)와의 모바일 게임 공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만큼 향후 이에 박차를 가해 닌텐도의 신사업으로서 궤도에 정착시킬 전망이다.
이와타 사장이 지난 7월11일 담관암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일각에서는 디엔에이와의 자본 업무 제휴해 모바일 게임을 연내에 발표하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 차기 게임기 NX 개발, 테마파크 개장 등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 때문에 빨리 사장을 결정해 신임 사장의 리더십 하에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신호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그런 와중에 지난 7월 말 발표된 올 2분기(4~6월) 실적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2분기 순이익은 83억엔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평균 3억6200만 엔을 크게 웃돌았다. 당시 닌텐도는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이 108억 엔 발생, 시장에선 63억 엔의 영업 손실을 예상했으나 예상을 깨고 11억 엔의 영업익을 냈다. 매출액은 902억 엔이었다. 5월에 발매한 슈팅 게임이 호조를 보인 덕분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이와타 사장이 생전에 뿌린 씨앗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타 사장은 지난 2002년 야마우치 히로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닌텐도 창업주 가문 이외에서 나온 최초의 사장으로 기록됐다. 그는 ‘게임 인구 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Wii’와 휴대형 게임기 ‘DS’를 투입해 닌텐도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2009년 3분기 매출은 취임 이전의 3배가 넘는 1조8400억 엔으로 늘렸다. 그러나 스마트폰 게임 보급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2013년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4년도 매출액은 이와타 사장이 취임하기 전보다 못한 5498억 엔까지 떨어졌다. 결국 모바일 게임에 등을 돌려온 이와타 사장도 백기를 들고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 연내에 모바일 게임 소프트 출시 계획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와타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임으로는 마리오의 아버지인 미야모토가 유력하다고 점쳤다. 그러나 의외의 인물인 기미시마 상무가 바통을 넘겨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13일은 미야모토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은 지 3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이 시리즈 32개 작품의 누계 판매량은 전 세계적으로 3억1000만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