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심야조사를 받고 돌아간 지 채 10시간도 되지 않은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을 다시 소환하며, 잘못된 검찰 조사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9일 오전 10시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14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정 전 회장이 귀가한 시각은 10일 오전 0시 40분.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다시 한 번 정 전 회장을 검찰 청사로 불러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 3일에도 검찰에 소환돼 16시간이 넘는 심야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전 2시에 귀가한 바 있다.
법무부 인권보호 수사준칙 40조(심야조사 금지)에 따르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자정 이전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도록 돼 있다. 다만 조사받는 사람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거나,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인권보호관의 허가를 받아 자정 이후에도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피의자 입장에서 검찰 조사가 길어진다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검사의 심야조사 요청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칼자루를 쥔 쪽이 검찰이기 때문이다. 소환 일정은 대개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데, 피의자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이를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조사자가 검찰의 무리한 조사를 받으면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올바르지 않은 진술을 할 수 있다"며 "어차피 그런 진술은 재판에 가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진술을 받아내려고 검찰이 굳이 심야조사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험하게 조사하면 그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구속하지 않는 대신 빨리 진행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반대로 피의자 측이 '수사일정에 맞춰 최대한 협조할 테니 불구속으로 해달라'는 식으로 말할 때도 있다"면서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말 맞추기를 하거나 대책 마련을 하기 전에 빨리 조사하자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심야조사는 1264건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피조사자 또는 변호인의 동의를 얻은 경우는 1162건이었고, 나머지 88건은 구속 여부 판단을 위해서 또 나머지 14건은 기타 사유였다.
홍 의원은 "수사기관은 인권을 억압하거나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수사과정에서 지나친 강압과 그로 인한 압박감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서 자체 조사해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