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가 리스크 줄여야 성장 가능하다

입력 2015-09-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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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만 산업2팀 기자

올해 상반기 유화업계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말 유가 폭락에 기록적인 손실을 입은 후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유화업계는 손쓸 틈 없이 떨어지는 국제유가에 고스란히 당했다. 약 3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절반으로 내려가면서 극심한 재고손실을 입었고, 이는 기록적인 적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다시 안정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을 회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에만 1조30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선두주자인 LG화학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7% 늘었으며, 롯데케미칼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3분기에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다시 불안한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정유업계 마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정제마진의 하락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 경쟁국들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의 특성상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유화업계가 안주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화업계가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 업계가 민간 협의체를 구성해 유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유 도입선을 다각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업계 전반에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요동치는 유가에 산업 전체가 매번 휘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가 리스크를 줄여야 안정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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