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스타트업 의사결정의 기준은

입력 2015-08-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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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닥프렌즈 대표

“7명 반대, 3명 찬성이니 합병은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흔히 접하는 다수결 또는 만장일치의 방식은 핵심을 간과할 때가 많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는 모른 채, 수적 우위가 결과를 매듭짓는 것이다.

변수는 다양하다. 때때로 7명 중 조직 영향력이 강한 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안건을 주도한 사람이 싫어서 반대할 수도 있다. 손해가 예상되는 개인적 이해관계, 그리고 단순 선호를 반영하는 우매함은 물론, 대중을 장악해버리는 소수에 휘말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3명 이상의 구성원이 내뿜는 정치는 ‘민주주의’ 개념을 오용·과용하며 확산되기도 하는데, 이는 곧 ‘다수결, 만장일치’ 맹신으로 흐를 수 있다. 남는 것은 머릿수뿐이고, ‘왜’ 우리가 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핵심은 사라질 때가 많다.

체계 없는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은 한두 명이 우두머리가 돼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동의해야 한다는 다수결 맹신에 빠져 있는 경우다. 이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구성원의 직위나 의사결정의 형식이 아닌 우리 조직의 목적이 의사결정에 부합되느냐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다.

함께 만든 기업이라는 의미 아래 우리가 왜 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또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A라인·B라인 등의 사람을 따라가는 줄서기 현상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소수와 다수의 수적 기준이 아닌 우리가 그 일을 시작했던 이유를 한가운데에 두고 토론을 시작하면, 한 사람의 올바른 판단이 아홉의 그른 그것을 물리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4년의 선거 주기, 1인 1투표제가 절대선이 아니듯이 조직의 대표가 밀어붙이는 식의 의사결정이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면, 허망한 권력은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오로지 구성원들 다수가 ‘왜’ 이 서비스를 하는지 공감하고 있을 때, 그 반란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은 창업가들이 돈만 벌자고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지는 않는다. 가치 있는 일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그 목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는 기회에서 돈을 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람을 기준 두기보다는 늘 목적을 앞세워야 한다. 기업 내 모든 행위의 정당성은 창업자들이 모이고 사업을 시작한 목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창업을 한 이유, 또 론칭한 서비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그 이유에 대해 묻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다른 화두가 머릿속을 채워 버리게 된다. 심지어 업무의 우선순위, 사업 예산은 물론 사람 자원의 결정, 사업계획, 개발의 UI(사용자 환경)·디자인가이드, 마케팅 수행 목록 등을 정리할 때조차 이것을 떠올려야 한다. 이 모든 업무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업,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된 일이고 그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소한 것들이기 때문에 커다란 목적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모든 구성원은 평등할 권한을 가진다. 권력과 지분이 아닌 오로지 그 기업의 목적 앞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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