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고향을 말하다] 윤호진 감독의 당진, 널따란 평야 오곡 넘치는 ‘풍요의 땅’

입력 2015-08-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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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시원한 바닷바람이 솔솔 뺨을 스치는 널따란 평야. 오곡이 풍성한 그곳, 충남 당진의 60여년 전을 기억하는 이는 바로 뮤지컬 ‘명성황후’의 감독 윤호진(67)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다.

“나 어렸을 때 기억은 온통 하얗던 것밖에 생각 안 나. 소복이지. 그땐 하얀 옷밖에 없었겠지만….” 1948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그가 두 살이 되던 해에 6·25 전쟁이 터졌다. 그는 “지리산 기슭 다음으로 좌우 대립이 심했던 곳이 당진”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세상이 바뀌는 거지. 밀렸다 내려와 쏴 죽이고, 튀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입던 백의가 붉게 물든 일은 예사였을 터. 아스라한 기억에는 조상이 터전을 닦은 그곳 당진에 외가, 친가 친척들이 모여 살며 왕래하던 모습이 자리한다.

“당진 일대가 외할아버지 땅이었지. 최대 지주였으니까. 그런데 북해도 제대 농경학부 출신이던 외삼촌이 방학 때 내려와 지주 타파 운동을 했어. 외할머니는 심가로, 심훈 선생이 내게 외가 친척이야.” 윤 대표는 심훈이 농촌 계몽 소설의 대표작 ‘상록수’를 써내려 간 장소 필경사도 언급했다. 당진 송악읍에 위치한 심훈의 문학 산실은 현재 충남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돼 있다.

29세의 나이에 연극 ‘아일랜드’를 통해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로 반향을 일으켰던 윤호진 대표. 그는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에 역사의식을 녹여 내는가 하면, ‘보이체크’ 등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창작의 혼을 불태우고 있다. 1세대 뮤지컬 연출가로 국내 창작극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그에겐 충남 당진에서 혈족과 함께 나고 자란 정신적 유산이 있다.

“큰 외삼촌이 나와 상당히 비슷했대. 예술적 재능도 많고. 우리 아버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지. 아버지는 세브란스를 나온 가난한 개업의였어. 당시엔 결혼 안 하는 여자를 정신대에 보냈기에 외가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선뜻 결혼시켰어. 당진에 병원이자 우리 집으로 썼던 곳이 얼마 전까지 남아 있었는데.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상경하기 전까지 당진에서 자랐다. 그의 홀어머니는 문익환 목사의 수제자였다고 한다.

“일찍 과부가 된 어머니는 종교에 귀의했어. 목회 활동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충청도 일대의 환경과 접한 많은 시간이 자연 친화적인 연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지.”

풍부한 해산 자원은 물론, 농산물, 가축 등 농수산업에 맞춤한 자연의 땅, 충남 당진. 그곳에서 보낸 유년기의 추억이 연출의 엄청난 자산이라고 말하는 윤호진 대표는 고향의 대표 먹거리로 어리굴젓을 꼽았다. “지금에야 간척 사업으로 많이 없어졌지만, 원래 조선굴이 유명한 곳이야. 제철에 가면 신선한 굴에다 배, 오이를 썰어 넣고 식초와 설탕을 버무려 바가지에다 마시는 굴 물회가 참 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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