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한 전 총리는 판결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또 향후 10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2007년 3월~8월 3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관들은 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 중 한 전 대표가 맨 처음 건넨 3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로 유죄를 인정했다. 한 전 대표가 1차로 조성한 자금에 포함된 1억 원짜리 수표를 한 전 대표의 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나머지 6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8(유죄)대 5(무죄)로 나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등 8명의 대법관들은 "단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한 전 대표가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꾸며내 한 전 총리를 모함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 내용이 정 반대일 경우,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 등은 "한 전 대표가 7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어떠한 조사를 받고 어떠한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어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지만, 막상 1심 재판 과정에서는 9억여원의 자금을 조성한 사실만 인정하고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1심 결론을 뒤집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동생인 한선숙 씨가 1억원 짜리 수표를 사용했고,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의 비서를 통해 2억원을 돌려받은 사실 등을 근거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