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여배우 기근?! 이제는 옛말

입력 2015-08-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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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문화부 기자

“욕심낼 만한 캐릭터였다. 여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이 거의 없던 가운데, ‘암살’은 여자 주인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영화 ‘암살’ 개봉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전지현은 ‘여주인공’에 의미를 뒀다. ‘암살’은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이자 순제작비 18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여기에 이정재·하정우·오달수 등 충무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전지현의 시선은 ‘여배우’에 쏠려 있었다.

‘여배우 기근’은 충무로에선 고착화된 현상이다. 여배우 주연의 작품이 거의 없고,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대표적인 흥행작(300만 관객 이상)은 ‘국제시장’, ‘베테랑’, ‘연평해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스물’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지현의 ‘암살’을 제외하고 여배우가 전면에 나서 흥행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화계는 아예 여배우를 중심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제작하지 않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여배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시나리오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뭘까.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여배우들의 특성 탓에 다양한 캐릭터의 소화가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런데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면 우리 영화계에 여배우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경우, 배우 손예진의 첫 액션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86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 역시 심은경이 ‘원맨쇼’를 펼치며 흥행을 견인했다.

속내를 더 들여다보면 여배우 기근 현상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으로 영향력을 입증한 전도연, ‘미쓰 와이프’를 통해 진폭 큰 연기를 보여준 엄정화, ‘뷰티 인사이드’로 멜로 아이콘을 입증한 한효주, ‘한공주’ 이후 ‘손님’, ‘뷰티 인사이드’로 임팩트를 남긴 천우희, ‘인간중독’에 이어 드라마 ‘상류사회’까지 열연한 임지연이 건재하다.

또 ‘은교’, ‘협녀, 칼의 기억’의 김고은, ‘늑대소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7번방의 선물’ ‘상의원’으로 족적을 남긴 박신혜, ‘건축학개론’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수지까지 당장 주연급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들이 즐비하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기근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주인공만 주목받는 시대는 지났다. 멀티 캐스팅이 흥행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배우가 필요하다. 여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여배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다. 매년 새로운 여배우가 스타로 발돋움하고, 제작자들은 신인 여배우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인다. 가수·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의 연착륙도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래도 여배우가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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