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악재에 취약하고 대응도 미흡…해외 유동자금 급속 이탈 우려감 커져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 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의 ‘9월 위기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을 위해 유동성 확대를 추진 중인 한국경제 또한 적신호가 켜진 양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 ‘9월 위기설’이 세를 얻는 원인은 중국의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전격 평가절하했다. 이후 사흘간 이어진 중국의 ‘깜짝’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은 치솟았고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 경기가 각종 부양책에도 회생되지 않자 중국이 환율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이 같은 자구책에도 1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15%(245.50포인트) 내린 3748.16으로 마감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한 양상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달에 단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9월 위기설’에 세를 보태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8년 말 이후 0∼0.25%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을 꾸준히 타진해 오고 있다.
선진국들의 부진한 경기지표도 위기설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올해 2분기에 0%대의 성장을 보였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전체 성장률을 0.3%로 추산하고 있다.
엔저 공세로 기치를 올리던 일본의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또한 -0.4%로 지난해 3분기 이래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흥국인 러시아는 2분기 성장률이 -1.29%를 기록해 경제 상황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관광지인 태국은 무려 -6.44%나 뒷걸음질쳤다.
대만과 홍콩도 2% 미만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들은 모두 중국발 경기 둔화의 영향이 컸다.
이같이 글로벌 경제가 다양한 악재로 위기를 맞으면서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또한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이 사흘간 위안화 절하를 이어가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을 친 상태다.
지난주 한국 코스피는 ‘위안화 쇼크’ 이틀째 2000선을 내주며 1900선대로 물러섰고 사흘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16원대를 오르내리며 급등락세를 보였다.
또 위안화가 흔들리면서 지난 13일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전날 기준)은 57.56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전격 인하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0일보다 4.08% 올라 아시아 국가 중 대외변동성에 가장 높은 취약성을 보였다.
정부 대응 또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기습’ 절하가 있던 당일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는 되레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지만 위안화가 3일째 흔들린 뒤 16일께야 이를 대외위험으로 인식했다. 일각에선 ‘9월 위기’가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취약성과 정부의 불명확한 대응책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9월 악재가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해외 유동자금 이탈이 빠르게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선진국의 부진으로 신흥국의 해외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부도사태가 이어지면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