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는 일시적인 쇼크로 다가오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쇼크에 대응할 수 없다면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긍정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단행된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 회복을 위한 경기 부양적인 외환정책 기조로의 전환이기보다는 시장친화적인 환율시스템 구축으로 일단락됐다. 급격한 위안화 절하 조치는 무엇보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7월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예상 -1.5%/실제 -8.3%)하게 발표된 점이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조치가 IMF의 SDR 편입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제 위안화의 변동폭을 제한 범위까지 확대한 후 시장의 수급을 점검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통한 수출경기 회복을 도모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단기적으로는 수출주에 부담을 주지만 만일 원·달러환율이 위안·달러환율과 동조화돼 원·위안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환율 상승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환율 상승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 수출 확대에 따른 물량 확대효과가 유효한 가운데 대중수출 단가 측면에서도 오히려 인하 압력이 형성되며 수출 물량이 증대된다”며 “선진국 시장에서의 중국 수출품목과의 가격경쟁력이 악화되지 않음에 따라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수출이 위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종별로도 위안화 평가절하가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중국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유통 분야도 환율과 중국인 여행객의 디커플링 확대로 단기적으로 중국인 여행수요 둔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TV,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업체들에게 부정적이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부품 업체들에게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종도 화학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나 중국 수출 경쟁력 향상에 따라 화학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비철금속의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이다.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연구원은 “중국의 철강재 과잉공급 해소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는 철강사들에게 수출 확대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중국 완제품 수출이 개선될 경우 소재 수요가 증가한다는 측면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