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이슈] 與도 野도 ‘식구 불리기’ 수계산만… 헛도는 선거제 개편

입력 2015-08-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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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오픈프라이머리” 새정치연합 “권역별 비례대표제”… 접점 못찾고 강對강 대치 중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룰’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점점 가열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선거제도를 논의해 왔으나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선거구 간 인구 편차 3:1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편차를 2:1로 고쳐야 한다고 결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법정 시한인 선거일 기준 6개월 전까지 선거구 안을 제출해야한다. 내년 총선이 4월이어서 제출시한은 올해 10월 13일로 잡혀있다.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구 획정기준 등을 오는 13일까지 확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개특위에서 통폐합 및 분구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이와 맞물려 다양한 선거제도가 제안되고 있다. 우선 ‘중·대선거구제’는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인 지역주의 극복 차원에서 항상 제기돼 왔다. 해당 제도는 중선거구제의 경우 1개의 선거구에서 2~3인, 대선거구제의 경우 4인 이상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수의 의사도 대표 선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표(死票)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군소정당 또는 신생정당의 의석 획득 가능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다양한 의사가 대변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군소 정당이 난립해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함께 ‘복합선거구제’(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적용) 역시 함께 논의가 제기 됐으나, 이들 모두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소선구제에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으며, 각 선거구에 의원이 1명이어서 사퇴·사망 시 치러야 하는 보궐선거가 잦고 1표 가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구획 변경이 많아 게리맨더링(특정 지역구에 유리하게 변경된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 구획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또 당선자가 투표 전부터 확정된 ‘무풍선거’가 많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에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당차원에서 특별한 변화를 주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당론으로 지정해 이를 통한 공천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의원총회에서 논의 끝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먼저 배정하고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례대표로 배정한다. 이 제도는 전국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현행 방식에 비해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평이 있지만,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당초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함께 제시한 ‘석패율제’의 경우 당내 일각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같은 시·도에 출마한 의원 후보 중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추천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당론으로 정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두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의원수를 늘릴 요인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여당 내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는 11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특히 현행 비례대표 수 유지를 전제로 한 ‘일본식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른바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결합한 형태이다. 발제를 맡은 하태경 의원은 “권역별 비례제를 한다고 해도 몇 가지 제약조건이 있다. 의원정수를 늘리면 안 되고, 농어촌 의석수 축소를 막기 위해 비례대표가 늘어나도 안 된다. 또 ‘제2의 이정현·조경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세 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가장 합리적인 안은 ‘병립형 석패율제’로 지역주의 완화 효과도 더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의장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의 경우 10일 ‘선거제도 개편안 결과보고서’를 통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현행 비례대표 의석수를 54석으로 유지하더라도 양대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석 또는 2석이 감소하지만 약세 지역에서는 최소 1석에서 4석까지의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해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서는 양당제보다는 다당제가 바람직하고 이를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면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양당제가 더욱 고착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지난 5일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에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빅딜’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이 같은 제의를 거절하고 대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자고 역제안했다. 이에 정개특위는 12일 선거구획정기준을 놓고 논의를 가졌으나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사실상 13일까지 합의안 도출이 어려워진 대신 여야는 법적기한인 10월 13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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