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 인수 행보에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시멘트 업계는 삼표의 인수로 인해 과열경쟁이 재발하지 않을지 신경쓰는 눈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동양시멘트 매각 이후 시멘트 업계 향방은?’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멘트업계에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분체, 골재, 레미콘 사업 수직계열화를 갖춘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함에 따라 향후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성신양회, 쌍용양회공업,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7개사가 약 9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상태다. 동양시멘트는 2000년대 들어 시장점유율 2위를 꾸준히 지켜 왔으나 2014년 점유율은 4위(12.8%)로 떨어졌다.
한기평은 삼표가 시멘트 구입처를 삼표로 바꾸고 동양시멘트의 가동률을 크게 증가시키고 수익성을 대폭 향상시킬 경우 타 업체들의 가동률 하락과 채산성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시장점유율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시멘트 가격경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성일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시멘트 업계가 또 다시 과열경쟁으로 인한 침체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과거 사례로 볼 때 이같은 전략은 업계 전체 공멸을 부를 수 있다”며 “시멘트업계는 이미 국내 건설시장 성장 정체로 향후 성장성이 높지 않은데, 가격경쟁보다는 업계 전반의 협력을 통한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눈치다. 특히 삼표 측에 많은 양의 시멘트를 공급했던 현대시멘트와 라파즈한라, 성신양회 등이 당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는 연간 약 220만톤의 시멘트를 사고 있는데, 이는 약 1500억원 규모에 달한다”라며 “이처럼 큰 고객이 사라지게 된다는 건 당장 수익성 측면에서 악재를 만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표그룹은 지난달 23일 동양시멘트 54.96% 인수 우선협상대장자로 선정됐다. 이어 29일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시작했다. 총 인수대금은 8300억원으로, 삼표 측 자금이 2800억원이며 나머지는 대출과 산업은행 인수금융 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