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을 둘러싼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 총수일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광복절 기업인 특별사면,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노동시장 개혁 등 재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각종 현안에 대한 정치적·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민감한 시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롯데 사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돼야 한다”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롯데그룹 안팎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 사태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계의 노력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는 “국민적 배신행위”, “역겹다” 등 상당히 자극적인 단어들이 롯데그룹을 겨냥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잠잠했던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는 등 맹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애초 신동주·동빈 형제간 갈등으로 시작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개입한 ‘부자의 난’으로 비화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과 ‘반(反) 신동빈’ 세력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반 신동빈 진영은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이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신동빈 회장에 대한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에는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회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문건, 육성 녹음 파일과 영상이 연달아 공개됐다. 진위나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신 전 부회장 측을 통해 흘러나오자 “추악한 재벌가의 폭로전”이라며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그룹 사태가 무차별적인 재벌개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을 싸잡아 비판하는 여론이 더 커지기 전에 조속히 이번 일이 진정돼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