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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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땅의 형세는 유순함용하니 군자는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 것이다”[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는 말이 나온다. 넓은 땅에 두텁게 흙이 쌓여 있듯이 군자는 덕을 깊고 넓게 쌓아 세상을 자애롭게 이끌어야 한다.
정조의 홍재전서(弘齋全書) 제132권의 기록을 보자. 정조 18년(1794)에 이영발(李英發)이 이렇게 아뢰었다. “스스로 굳건하여 쉬지 않음[自强不息]이 진실로 군자가 천도를 체인(體認)하는 학문이지만 날이 저물면 편안히 쉬는 것[嚮晦宴息]도 성인이 때에 따라 적의(適宜)하게 하는 도입니다. 우리 전하께서는 하루에 만기(萬機)를 총괄하시어 밤낮으로 국사에 여념이 없고, 기무(機務)가 뜸하면 곧 서책을 펼치고 밤이 깊어 촛불이 다 닳을 때까지 쉴 겨를이 없으니, 이는 바로 지성(至誠)이라 쉼이 없고 밤낮으로 굳건하고도 저녁에는 잘못이 있을까 두려운 마음을 가지는 성인의 자세이지만, 혹 정력에 손실은 없겠습니까? (중략)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깊이 유념하여 때에 따라 조식(調息)하는 방도로 삼으소서.”
이에 정조는 “몸은 오래도록 안일해서는 안 되고 마음은 오래도록 수고로워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나 또한 말하노니, ‘정신적 피로의 어려움이 육체적 피로보다 백배나 더하다’ 하노라.” 정조는 그야말로 자강불식의 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