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FT 합병] 편집권 독립성 엄수·문화 차이 극복, 양사 최대 과제로 부상

입력 2015-07-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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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그룹을 피어슨에서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FT의 편집권 독립성 엄수와 문화 차이 극복 문제가 당장의 과제로 부상했다.

닛케이는 23일(현지시간) 8억4400만 파운드(약 1조6000억원)에 FT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일본 미디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에선 디지털화와 국제화로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본 언론사가 서구의 유력 언론사를 인수하게 됐다는 소식에 적지 않게 놀라는 분위기다.  

우선 FT 소속 기자들 사이에서는 편집권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FT는 23일 “(편집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경영자가 FT를 팔았다(Hands-off owner hands over FT after 58 years)”라는 제목으로 닛케이의 FT 인수 사실을 보도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닛케이에 인수된 후에도 계속 편집권의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영진은 “편집권의 독립을 엄수하는 것을 제외하고”합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FT의 존 리딩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인수에 찬성하면서도 “편집 방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엇보다 오랫동안 신중하게 고려한 점이었다”고 말한 점을 들었다.

FT의 모회사인 피어슨은 1957년 FT 경영에 나섰을 당시, 편집부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맹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게”라고 선언하고 실제로 그 방침을 지켜왔다.

가디언은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와 독일 악셀스프링거가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떠올랐던 만큼 닛케이에 의한 인수에 대해 FT 기자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FT 내에서는 인수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23일 오후 4시경 직원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양측의 합병이 닛케이에겐 시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미디어 문화는 많은 측면에서 서방 국가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미디어는 기업과 정부 등 취재 대상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랄한 논평으로 정평이 나 있는 FT가 이 문제로 닛케이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수 금액은 2013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을 때의 5배인 점을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2013년 소프트뱅크가 미국 이동통신 대기업 스프린트를 인수했을 당시의 예를 들며, 과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종종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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