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진행하는 매각 협상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받아낼 가격으로 1조원 이상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4월 말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은 다음달부터 협상에 들어가 9월 중에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 측에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으로 주당 5만9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15일 운영위원회에서 회계법인이 진행한 실사 결과에 따라 금호산업 주식의 적정 가격을 주당 3만1천원으로 보고받았다. 채권단은 여기에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8000원을 얹었다.
박 회장이 이 가격으로 최소 지분을 매입하면 필요한 자금이 1조218억원이다. 당초 실사 결과 적정 가격이 주당 3만1000원 수준으로 평가된 만큼 박 회장이 6000억원대 후반이나 7000억원대의 가격에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을 거부할 당시 채권단 일각에서 나온 "주당 6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결국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채권단이 산정한 가격을 박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채권단은 이후 6개월간 같은 조건으로 제3자에 매각을 추진한다.
한편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오늘 전화로 통지를 받았으나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