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조선 부실' 못잡고 돈만 쏟아부어

입력 2015-07-22 10:23수정 2015-07-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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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 부실, 산업은행 실적 강박이 원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눈덩이 처럼 커진데 대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번 사태가 앞서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산업은행의 불안 심리가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산업은행이 2조원대 대우조선 부실을 손실로 처리했다면 정부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우조선이 숨겨온 2조원대 해양플랜트 사업 누적 손실 처리 방안이 가닥을 잡으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부실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해 결국 ‘국민의 혈세’로 부실을 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산업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부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친 뒤 수출입은행과 함께 맞춤형 지원에 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크게 유상증자,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대출만기 연장 등으로 산업은행 주도의 자체 구조조정 방안이다.

그러나 실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확정될 전망이지만 채권단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채권단 공동책임 및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산업은행과 대주주 산업은행의 귀책사유로 인한 유상증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결국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이번 사태로 인해 ‘핫바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금까지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총 2조4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대우조선은 여전히 부실투성이고 매각에 따른 민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의지가 바탕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에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고 전 사장을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밀어 붙인 당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사전에 산업은행이 조 단위의 부실을 은폐했다는 정황을 감지하고 고 전 사장을 교체했다는 얘기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대규모 비리, 매각 대비설 등 온갖 추측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납득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사장은 청와대가 임명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 만큼 인사로 인한 정계와 관계의 줄대기가 극심했다.

문제는 산업은행 역시 이같은 상황을 악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대주주라는 위치에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갈 자리를 챙기는 등 ‘대우조선 폭탄 돌리기’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들이 내리 대우조선 재무실장(CFO, 부사장)을 맡고 있다. 결국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통로로 압축된다.

산업은행 전 임원은 “대우조선에 대한 재무, 임원 인사는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에서 결정하는 구조로, 표면적으로 경영권 간섭을 배제하고 있지만, 실상을 전혀 그렇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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