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연말 2차전 관전포인트 3제

입력 2015-07-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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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4곳의 재입찰이 연말로 예정된 가운데 각 기업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연말 2차전은 롯데면세점의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신세계그룹의 부산 파라다이스점 등 4곳이 대상이다.

이 가운데 워커힐은 11월, 나머지 3곳은 12월에 특허가 만료되며 관세청은 9월 25일까지 특허 신청을 마감하고 11월 중 특허 사업자를 선정한다.

롯데와 신세계, SK네트웍스의 '수성'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특허 신청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2개월여 남은 탓에 신규 진입 기업들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15년 만에 치러진 대기업 대상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은 아직 가타부타 태도 표명이 없다.

그러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대전을 치르면서 유통기업 대부분이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사실상 준비를 마쳐 연말 2차전 역시 상당수가 참여하는 '격전'이 될 것이라는 게 면세점 업계의 분석이다.'

◇ 롯데·신세계 '명동 대첩' 벌어질까

쇼핑 추세가 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 중심의 오프라인에서 TV홈·인터넷포털·모바일 중심의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면세점업은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다.

특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적어도 수년간은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면세점업은 유통기업엔 온라인 시장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돈을 제공할 수 있는 '황금알'로 통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면세점업을 포기할 수 없다. 3사 모두 서울 신규 면세점 2곳 쟁탈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2차전에서도 밀리면 면세점업을 사실상 접어야 한다고 여길 정도로 절박하다.

롯데·신세계·SK네트웍스 모두 수성은 물론 필요하면 신규 취득을 위한 공격도 해야 할 처지다.

우선 면세점 아성을 지켜온 롯데로선 서울 명동의 소공점은 물론 뜨는 사업지인 강남의 월드타워점도 포기할 수 없다. 도전이 예상되지만, 롯데는 기필코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35년간 면세점업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챔피언으로서 도전한다면 기꺼이 응전하겠다는 의지다.

신세계는 부산점을 지키면서 서울 입성을 갈망한다. 현재의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사업장을 최대 번화가인 신세계센텀시티로 옮기는 계획을 하고 있으나 지금으로선 수성이 더 시급한 과제다.

신세계는 명동의 본점 명품관을 면세점 후보지로 냈을 정도로 서울 시내 면세점 '획득'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롯데의 소공점에 과감한 도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가 롯데의 소공점 재입찰에 나선다면 말 그대로 연말 2차전의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소공점 9∼11층에 자리 잡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작년 매출이 1조 9천763억원으로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인 4조3천502억 원의 45.4%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노른자위다.

SK네트웍스 역시 절박하다. 서울 신규 면세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워커힐면세점마저 잃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으나 연말 2차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애초 후보지로 강남을 선택했고 이번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재입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연말 2차전은 유통 빅3는 물론 여타 유통기업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이 될 공산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광 경쟁력, 재입찰 당락 가를듯

이달 초순 종료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은 관광 변수가 당락의 희비를 갈랐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현대아이파크몰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점에 관광을 가미한 사업계획서로 신규 면세점을 거머쥐었다.

이 때문에 연말 2차전도 그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내 면세점 특허가 대기업간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지면 관광산업 발전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능력과 경쟁력 검증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관광업과 면세업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신규 면세점 특허 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 역시 당락을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면세사업은 정부가 특허를 내주는 일종의 특혜 산업이기는 하지만 고위험 산업이기도 하다. 제품 판매 공간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 업과는 달리 고가의 면세상품을 사들여 팔되, 면세 특허기간인 5년이 종료되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은 외화 획득과 무역 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1962년 김포공항 출국장에 첫 설치 됐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 올림픽게임을 유치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돼 이달 현재 전국에서 모두 기업 30곳 이상이 특허를 받아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1990년대 외환위기로 면세점 폐업이 속출했다. 한진·AK(애경) 등도 경영악화로 2003년과 2010년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중소기업 12곳이 특허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4곳이 허가권을 반납했다.

◇ 면세업의 '역설'…"경쟁과열이 경쟁력 약화"

면세업 사업권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과열 경쟁이 면세점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 면세점의 가장 매력적인 상품인 해외 명품 브랜드의 몸값이 뛰고, 이 때문에 해당 브랜드 유치 때 국내 면세점 사업자는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고, 결국 국가 차원의 경쟁력도 낮춘다.

그러나 10년마다 갱신했던 대기업 면세점 특허권이 작년부터 5년마다 신규 특허를 입찰하는 식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일단 신규 사업권을 따내면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연간 5천억원 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진입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면세시장은 작년 기준으로 8조 3천억, 올해는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며 이는 세계 면세시장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면세기업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작년 세계 2위 듀프리(Dufry)는 5위 뉘앙스(Nuance)를 인수했고, DFS는 올해 이탈리아 면세점 WDF와 합쳐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 국영 면세점인 CDFG는 작년 자국의 하이난(海南)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열었다. 면세점 규모의 대형화와 사업 집중화가 최근 면세산업의 추세다.

국내 최대인 롯데면세점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전미영 서울대 연구교수(소비자학과)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면서 "중국 관광객 1천만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면세점의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 관광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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