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복면가왕이 부러운 이유

입력 2015-07-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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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온라인국 모바일팀장

MC 김성주가 목청을 높인다. “과연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또다시 복면가왕이라는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복면가왕, 선택해 주십시오!”

요즘 주말 예능프로의 강자로 떠오른 MBC ‘복면가왕’.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노래를 부른 출연자의 복면 콘셉트 명이다. 가수들이(간혹 배우나 개그맨도 등장한다) 복면을 쓰고 노래 경연을 벌이는데, 꿀잼인 것이 일요병 특효약이다. 경연에서 탈락한 가수가 복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의 흥미진진함이라니.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이다.

시청률도 고공행진이다. 지난 4월 첫 방 때 6%대로 출발한 시청률이 일요일인 어제 13%대까지 올랐다. 수도권에서만 16%가 넘는다. 이런 복면가왕의 재미와 인기 요인은 뭘까? 핵심 양념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한 포맷이다. ‘나는 가수다’, ‘K팝스타’ 등 기존 서바이벌형 음악 예능에 ‘게임’ 형식을 더해 트렌디하게 진화시켰다. “노래를 즐기되 누구인지 알아맞혀 보시라.” 복면가왕을 보는 내내 아이돌에서 한물간 가수들까지 누구인지 추리하느라 머릿속이 바쁘다.

정체를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 간의 싸움. 복면가왕은 경쟁과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화(化)’의 성공 사례다. 게임화(Gamification)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방식을 접목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스마트미디어 바람이나 O2O(online to offline)의 등장과 함께 비즈니스, 마케팅, 교육 등의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정보나 뉴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스토리텔링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경험이다. 경험은 참여하고 몰입하게 한다. 뉴스나 정보를 그냥 보는(혹은 읽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영향력이나 지속성에서 천지 차이다. 더군다나 그 경험이 ‘재미있는 것’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해외 온라인 미디어 중 ‘핫’한 버즈피드가 2013년 시작한 실험도 콘텐츠 게임화다. ‘~하는 ~가지 방법’ 류의 리스티클 기사에 싫증을 느끼는 유저들을 붙잡기 위한 돌파구였다. 버즈피드의 게임형 퀴즈는 지금은 상시화된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의 경우는 좀 다른 형태인데, 이슈를 게임 형식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제시하곤 한다. 2013년 12월 선보인 ‘사투리 퀴즈’는 21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그해의 뉴욕타임스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BBC와 가디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뉴스 퀴즈를 제공해 왔다. 또 영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트리니티 미러는 2년여 전 아예 퀴즈전문 사이트 ‘UsVsTh3m’을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다소 황당하고 웃기는 내용 일색이긴 하지만 수백만명의 순방문자를 끌어들이며 트래픽 상승을 이끌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를 보자. 시사 문제에 대한 뉴스 퀴즈는 이미 여러 곳에서 실험되고 있다. 그런 중 지난달 주간지 시사인이 내놓은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게임은 눈에 띄는 시도였다. 캐릭터를 선택한 뒤 이런저런 상황별 옵션을 선택하면 현재 잔액과 삶의 질이라는 결과가 제시된다. 기자들의 실제 최저임금 한 달 체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진지한 내용과 달리 애니 캐릭터와 앙증맞은 말투가 귀여운 플래시 게임 그대로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사가 게임화에 들이는 애착만큼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직이다. 성공의 기준이란 콘텐츠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의미와 정보를 제대로 전달했는가인데, 재미있으면서 저널리즘에 충실한 게임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뉴스에 치중하는 것들은 대부분 ‘시사퀴즈’에 그치는 수준이다. 버즈피드의 퀴즈는 높은 도달률을 자랑하지만, 그 내용이 연예나 화제 일색이다. 뉴욕타임스의 사투리 퀴즈도 뉴스로 보기는 어렵다. 또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게임은 의미는 있으나 실제 해보면 “너무 단순한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뉴스 게임화는 어려운 일이다. 재미와 유익함이란 어떻게 보면 완전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면가왕이, 복면가왕의 성공이 부럽다. 대중을 기꺼이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게 만들고 반전과 웃음, 감동의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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