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숙종실록 7년(1681) 5월 28일(물론 음력)의 기록을 보자. “이날이 곧 초복이었다. 이날부터 처서까지는 시사를 정지하는 게 전례인데, 부교리 오도일(吳道一)이 상소하기를 ‘학문에 전념하는 일은 하루가 급하니 상규(常規)를 벗어나서 때로 법강(法講)을 여는 것은 진실로 불가함이 없습니다. 또 만기(萬機)의 여가에 자주 소대(召對)를 내리시되 혹 편복(便服)으로 맞아들여 보시거나 혹 와내(臥內, 침실)에서 맞아들여 보신다면 절선(節宣)하고 보양(保養)하시는 방도에 또한 보탬이 되는 바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했다.”
이에 대해 왕은 “전부터 여름철 강독을 정지할 때에는 으레 소대를 내렸던 일이 있었으니 마땅히 기력을 헤아려 소대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소대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하는 공부를 말한다.
오도일의 말은 삼복염천(三伏炎天) 삼복증염(三伏蒸炎)의 시작인 초복부터 방학인 건 맞지만 쉴 생각만 하지 말고 특강을 받으라는 거였다. 그런데 왕이 꾀를 부렸나 보다. 그는 13일 후인 6월 11일 강독 정지를 불허한 인조까지 들먹이며 공부를 하라고 압박한다. 숙종은 “더위가 몹시 심해 체력이 평일 같지 않아서 우선 강독을 정지한 것이다. 그대들이 누누이 말하니 마땅히 더욱 체념(體念, 깊이 생각함)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엾어라, 왕이여!
13일은 초복.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庚日)이다. 오늘은 경인(庚寅), 중복인 23일은 경자(庚子), 말복인 8월 12일은 경신(庚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