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12일 酒食地獄(주식지옥) 술과 음식이 지옥처럼 지겨워

입력 2015-07-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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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중국 청나라 때의 적호(翟灝·1736~1788)는 만물박사였나 보다. 사서(四書)에 능통했던 그는 온갖 책을 다 갖춘 자신의 방을 서소(書巢)라고 불렀다. 지은 책도 많아 한말(漢宋) 제유(諸儒)의 학설을 종합한 ‘사서고이(四書考異)’가 유명하다. 시도 잘 지었다. 그 밖의 저서에 ‘호산편람(湖山便覽)’ ‘간산잡지(艮山雜志)’, ‘통속편(通俗編)’, ‘무불의재고(無不宜齋稿)’ 등이 있다. 절강(浙江) 인화(仁和) 사람. 자는 대천(大川) 또는 청강(晴江)이다. 건륭(乾隆) 19년(1754) 진사가 됐지만 벼슬엔 큰 관심이 없었다.

‘통속편’은 각종 방언과 속어, 천문 지리, 문학 예술, 자연 등 5,456가지를 모아 의미와 유래를 소개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언행이 허풍선인 사람을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고 한다거나 물에 빠진 뒤 배를 불러봐야 소용없다는 ‘급닉호선(及溺呼船)’처럼 재미있는 말들이 많다.

그중 술에 관련된 말로 주식지옥(酒食地獄)이 있다. 날마다 술잔치로 먹고 마셔대다 보니 지옥 같다는 뜻이다. 술꾼들은 그렇게 한번 해보면 원이 없겠다고 부러워하겠지만, 매일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산 사람치고 제 명에 죽은 사람이 있던가? 상주식포(傷酒食飽), 술이나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상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삼국지에는 조조가 관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삼일소연 오일대연(三日小宴 五日大宴), 사흘마다 작은 잔치에 닷새마다 큰 잔치를 베풀었다고 나온다. 관우가 애타게 찾던 유비는 그 무렵 종친 유표에게 의탁해 연일 좋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뒷간에 갔다가 자신의 허벅지에 군살이 두둑한 것을 보고 탄식했다. 이게 비육지탄(髀肉之嘆)이다. 비육지탄은 결국 몸이 망가졌다는 점에서 상주식포와 연관된 말로 볼 수 있다.

술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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