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수효과ㆍ분장] 어설픈 ‘구미호’ 진짜같은 ‘뚱녀’가 되기까지

입력 2015-07-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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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구미호’ 초보수준 CG 혹평…‘쉬리’ ‘용가리’ 등 할리우드 기술 도입‘미녀는 괴로워’ 진보된 특수분장 성공…‘명량’ ‘연평해전’ 스펙터클한 볼거리

2006년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배우 김아중의 ‘뚱뚱녀’ 분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동일인인지 구분할 수조차 없었던 김아중의 1인 2역은 진보된 특수 분장 기술의 산실이다. 실감나는 김아중의 ‘뚱뚱녀’ 분장은 영화계 안팎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미녀는 괴로워’는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 흥행을 이뤘다.

한국영화 특수효과·분장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심형래 감독의 ‘영구와 공룡 쮸쮸’가 제작된 것이 1993년으로 불과 20여년 전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영화 특수효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초창기에는 할리우드의 기술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형 SF의 서막을 알린 작품은 ‘구미호’(1994)다. ‘구미호’는 비록 ‘다듬어지지 않은 초보적인 수준의 CG’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쥬라기 공원’, ‘터미네이터’ 등의 할리우드 대작 사이에서 한국영화 특수효과의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구미호’의 계보를 이은 작품은 1996년 ‘은행나무 침대’다. 당시 판타지 로맨스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된 CG는 호평을 얻었고, 상업적 성공을 이뤘다는 점에서 ‘구미호’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후 한국영화 특수효과의 발전은 할리우드 기술의 모방과 도입에 따라 전개된다. 1999년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적 흥행을 기록한 영화 ‘쉬리’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특수효과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특수공작원의 대규모 전투신에 심혈을 기울였다. ‘용가리’(1999),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등의 작품은 20억원 규모의 제작비 상당 부분을 특수효과에 쏟아부었다. 이 당시 특수 분장, CG 등 현대 특수효과의 주요 기술들이 총망라되면서 한국영화 특수효과의 본격적인 시대가 도래됐다.

‘이끼’, ‘은교’, ‘국제시장’, ‘두근두근 내 인생’ 등에서 보인 실감나는 노인 특수 분장과 대형 세트, 특수 장비를 통해 스펙터클한 볼거리의 해상 전투를 선보인 ‘명량’, ‘연평해전’ 등은 한국영화 특수효과 제작 기술의 현 수준을 제대로 보여준다. 1700만명이라는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명량’은 실제 바다 위의 해전 세트와 육지에서 배를 장착하고 촬영할 수 있는 ‘짐벌(Gimbal)’을 활용한 대형 세트를 제작했다. 이어 물 위에서 화약이 터지는 효과를 구현하기 위한 특수장비 ‘워터캐논(Water Canon)’을 활용해 다양한 액션과 전투를 완성해 주목받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 소년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특수 분장과 후반 CG 공정으로 사실감을 더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세계적인 특수분장 전문가 그렉 케놈이 작업에 참여했다. 그렉 케놈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실리콘 소재를 사용했는데 한국 스태프는 그렉 케놈으로부터 반점과 손등의 검버섯을 만드는 방법, 색을 칠하는 방법 등 변형에 관한 모든 분장 기술을 전수받아 촬영 현장에 적용했다.

영화평론가 이우진씨는 “특수효과와 특수 분장이 없는 영화는 이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시각효과 전문사의 등장은 보다 확실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제 한국영화 제작도 글로벌화되었다. 보다 사실적이고 화려한 특수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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