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훈장님, 붓ㆍ종이 대신 전자칠판 집어든 사연

입력 2015-07-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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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창학동에 기가창조마을 구축… 200개 비콘 설치해 각종 정보제공

지리산 해발 700미터에 자리잡은 푸른 학의 마을 청학동. 댕기머리와 감투, 허연 한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났다. 이들은 KT가 농림축산식품부, 하동군과 함께 구축한 ICT 융합 도시 '기가창조마을'을 통해 바깥세상과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KT는 6일 경상남도 하동군 청학동에서 기가창조마을 선포식을 열었다. 검은 감투를 쓴 채 기자들을 맞이한 김옥식(56) 이장은 "어려움에 빠진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고 우리 고유 문화를 전국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스마트폰부터 드론까지 각종 첨단기기를 활용해 전통이 최첨단 기술이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현장을 기자들에게 선보였다.

(이투데이)

김 이장과 동갑내기인 강동균(56) 훈장은 붓과 벼루 대신 KT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기업인 '애니랙티브'가 개발한 모바일 전자칠판과 전자 붓을 잡았다. 그는 전자칠판에 한자를 직접 써가며 외국인에게 열띈 강의를 했다.

강 훈장은 "KT의 기가인프라 덕분에 청학동에 와야지만 체험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정신과 학문을 온라인을 전국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요즘은 만화 그려가며 한자를 가르치고 있어 인기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기가서당에 설치된 UHD TV는 주민들이 영화를 시청할 수 잇는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KT가 조난 구조와 길 유실 등을 감시하기 위해 기부한 두 대의 드론도 큰 관심을 모았다. 산세 좋기로 유명한 청학동 인근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험준한 길이 많아 실족사 등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119 구조대에 신고가 들어가도 사고지역까지 길이 멀어 청학동 주민들이 20년간 운영하고 있는 산악구조대가 먼저 가서 정확한 위치파악과 응급처치를 하기도 한다.

김옥식 이장은 "드론에 열감지기가 탑재돼 있어 나무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 않거나, 밤에도 구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주민과 등산객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T는 청학동 곳곳에 위치기반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인 '비콘(Beacon)'을 설치해 '청학동' 애플리케이션(앱)만 내려받으면 이용자가 관광 안내와 안전 경보 등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서당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곳에는 '신성한 길'이라 불리는 '검달길'이 있다. 이곳을 한 시간 여 오르면, 역대 나라를 세운 태조와 각 성씨의 시조, 현인과 무장을 모신 '삼성궁'을 만나볼 수 있다. 꽤 먼 길이지만 곳곳에 계곡과 폭포, 저수지를 비롯한 각종 유적지가 즐비해있어 지겹지 않다.

(이투데이)

알수록 잘 보인다 했던가.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만 켜두면 삼성궁 인근에 설치된 42개의 비콘 가운데 30개의 비콘이 유적지 정보를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자동으로 보내줘 즐거움을 더해준다. 위험지역에 설치된 12개의 비콘은 이용자가 접근 시 안전과 관련한 경고 메시지를 즉각 전송하기도 한다.

KT 관계자는 "주민들이 뱀이 많이 나오는 지역을 꼽아줬는데, 이 지역을 지나면 '뱀 조심'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송된다"며 "수심이 깊은 곳이나 낭떠러지가 있는 장소에 접근해도 경고 메시지가 떠 관광중에 일어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학동에는 모두 200개의 비콘이 설치돼 있다. 이들 비콘은 안전 경보나 유적지 관련 소개 뿐만 아니라 농가·서당·식당 등의 마을 시설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하동군의 온라인 장터와 연동해 광관객과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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