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몽진 2000년 그룹 회장직 승계… 차남 몽익 지분율 8.8%로 상생 경쟁·삼남 몽열은 주력사 ‘KCC건설’ 맡아
◇황금분할형 승계구도 =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승계구도 작업을 벌여왔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에게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상 최상위인 KCC의 지분과 경영권을 빠른 속도로 물려줬다. 정몽진 회장은 지난 1991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옛 고려화학 이사로 경영일선에 참여했다. 7년 만에 그룹 부회장직에 올랐고 2000년에는 KCC 대표이사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다른 그룹과 달리 계열사 사장 등 임원자리를 역임하지 않고 40세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특이한 점은 정상영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한 후 지분 승계를 한 것이다. 정몽진 회장의 KCC 보유 지분 추이를 보면 2000년 회장직에 오르기 전까지 6.4%에 불과했다. 이후 급격히 지분율을 높이면서 2004년 KCC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현재 17.76%에 이른다.
차남인 정몽익 대표는 형인 정몽진 회장 지분의 절반가량인 8.8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대표의 상생을 위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한 정상영 회장의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룹 주력계열사 중 하나인 KCC건설은 삼남인 정몽열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몽열 대표는 지난 2009년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KCC건설 지분 10%를 수증했다. 현재 지분율은 24.81%를 보유 중이다. 그룹 지주사인 KCC가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회사 이사회에 다른 형제들이 참여하지 않는 등 정몽열 대표가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승계의 향방 = KCC그룹의 남아 있는 승계구도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와 삼남이 독자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KCC건설의 계열분리 가능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몽진 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 전체 자산(공정자산 기준)이 5배가 증가했다. 그룹 전체 매출도 2.5배가량 늘어났다. 실적 추이를 보더라고 KCC그룹의 경영권은 정몽진 회장 중심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아 있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 지분 5%의 향배는 불투명하다.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물려줄 가능성도 높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0년 이후 삼형제에 대한 부의 승계 구도를 보면 형제간 형평성을 많이 고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남인 정몽열 대표가 형의 그늘에서 벗어날지도 관심거리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KCC의 경영권을 장남에게 물려주면서 이미 정몽열 대표에게 KCC건설의 지분과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정몽열 대표가 독자적으로 계열분리를 하기는 힘들다. 우선 KCC건설의 최대주주가 KCC다. 정몽열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을 활용해 KCC건설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계열사가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회사 전체 매출의 20%가량이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몽열 대표는 그룹의 그늘 밑에서 건설부문에 대한 독자적인 성장을 계속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진 회장이 한 이후 오랫동안 형제간 잡음이 없었고 안정적인 성장 구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은 정상영 명예회장이 형제간 형평성을 염두에 두고 승계작업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