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1일(현지시간) 54년 만의 국교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1961년부터 국교가 단절돼 동서 냉전 시대의 유물이었던 양국이 마침내 갈등을 해소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쿠바와의 국교 회복 공식 성명을 낭독했다. 그는 “역사적인 한 걸음”이라며 “미국과 쿠바는 지금까지 이웃이었지만 이제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국영TV에서 국교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오는 20일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쿠바를 공식 방문해 대사관 재개설 기념식에서 성조기를 자랑스럽게 게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이 방문할 경우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를 찾는 것이다.
쿠바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해 미국의 정책에 반하는 인권 이슈 등을 더욱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금수조치와 관련해 의회에 이를 해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다만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가 잔인한 공산주의 독재에 의해 억압됐던 쿠바인들을 위한 조치는 전혀 없이 피델 카스트로의 염원이었던 정권 정통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하는 등 의회 내부에서 금수조치 해제 반대 목소리가 여전해 이에 대한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의 국교 회복은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이번 역사적인 결정이 양국 국민에게 큰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