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금융 이용한 기업들, 주가 폭락 피해 1순위
종잡을 수 없이 널뛰는 중국증시에 대한 투자 위험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압박으로 인해 개미 투자자는 물론 기업 부문에까지 충격파가 미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5% 뛴 4277.2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3847.88까지 추락했다가 4200선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다시 4000선을 회복하는 등 장중 변동성은 7년래 최고를 나타냈다.
이같은 널뛰기 장세는 1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4053.7로 다시 5.2% 고꾸라졌다. 이날 발표된 제조업 지표 부진과 전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지수는 다시 하향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신용거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 벤치마크 주가지수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진 만큼 마진콜 압박이 커진다는 것.
한 매체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의 대출 분을 포함한 실제 레버리지는 총 6450억 달러(약 72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개인 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업 부문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6450억 달러는 중국 당국이 연초에 발표한 규모보다 약 2배로 불어난 수준이다.
노무라증권은 6월 말 시점, 증권사의 레버리지가 2조2000억 위안(약 397조2000억원)이었다며 신탁회사 등 규제 대상 외의 그림자금융 대출금까지 포함하면 레버리지는 이 수치의 2배에 가까워져 부동주식 전체의 최대 20%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홍콩 소재 필립스증권의 싱유 첸 애널리스트는 “리스크가 큰 것은 증권사가 개입된 마진콜이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이 훨씬 높은 그림자금융이 얽힌 거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 이외에서의 차입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5배 혹은 4배에 이르러 투자자들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다른 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의 80%를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이 마진콜로 인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가 하락의 영향은 개인 투자자들에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상당 수는 본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올해 들어 자금을 주식 투자로 돌렸는데, 현재의 주가 폭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로 미루어봤을 때, 4월 기업의 순익 증가율이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증권투자에서 거둔 이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중국증시 버블의 주범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의 투자 수익률은 불과 3%로 자본 비용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영 모델이 가능한 것은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경우 뿐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중국의 3대 신탁회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자산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전 레버리지 비율은 4배 혹은 3배였다. 최근 이틀간 유동성 부족에 빠진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림자금융에서 대출 받은 사람들이 마진콜 때문에 환매에 내몰리고 그 영향이 증권사의 대출로 마진콜에 응한 투자자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크레디트사이츠의 매튜 판 애널리스트는 “그림자금융 부문에서 최대 15%의 마진콜을 요구하면 환매 압력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마진콜이 발생하지 않았던 증권사를 통한 마진콜에서도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 그림자금융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통해 공급된 민간 신용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