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기간제 근로자도 행정소송을 통해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확인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민사소송을 통해 차별 대우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행정소송을 통하면 상대적으로 손쉬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별개의 판단을 내릴 가치가 있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양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 기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신한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던 양씨는 2009년 12월 희망퇴직했다가 다음해 3월 관리전담계약직으로 채용돼 다시 회사에서 일했다. 양씨는 관리전담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했을 때 출퇴근 등록방법, 자기계발비, 임금 인상, 특별성과급 지급 등에 있어서 지나치게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양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 역시 양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양씨는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고, 소송을 진행하던 도중 올해 3월 회사를 퇴사했다.
법원은 양씨가 소송을 통해 다툴 이익이 있다고 보고 각하판결하지 않고 본안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동위의 금전배상명령은 민사소송 절차를 통한 구제와는 다른 독자적인 존재 의의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사소송에서)사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처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와 별도로 사용자의 고의와 과실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지만, 노동위의 금전배상명령은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출퇴근 등록방법(을 엄격하게 변경하는 것)도 차별적 처우의 금지영역에 해당하지만, 양씨의 사업장 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교대상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양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