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디자인 혁신의 시대

입력 2015-06-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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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혁신의 중심이 기술에서 경영을 거쳐 이제 인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은 기술 혁신, 경영 혁신과 디자인 혁신이라는 3대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각 요소의 중요성은 시대마다 기업의 발전단계마다 달라진다. 그중에서 이제는 디자인이 혁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혁신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기술 혁신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달나라를 가거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은 기술 혁신을 대표한다. 그러나 핵 기술과 우주 기술 등이 발달했다고 일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 기술을 보유한 인도와 북한을 혁신의 선도 국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과거 러시아의 ‘우주인과는 통신이 되나, 옆집과는 통신이 되지 않는다’라는 농담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에는 ‘할 수 있다’라는 것이 경쟁 차별화의 핵심이었기에 대부분의 혁신은 기술 혁신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기술 혁신은 본질적으로 사업의 가능성을 제공할 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경영 혁신을 살펴보자. 스마트폰을 만들 기술이 있다는 것과 스마트폰을 남들보다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가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 혁신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필요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비용을 최소화할 때 사업은 지속 가능해진다. 기술 혁신에 더해 비즈니스 모델(BM)이라는 경영 혁신이 중요한 이유다. 동일한 기술로 경쟁하는 산업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바로 원가 절감 능력에 달려 있었다. 경영 혁신이 있어야 사업은 지속 가능해진다.

세 번째 요소인 디자인 혁신을 보자. 기술 혁신이 쉬워진다면 혁신의 차별화는 ‘할 수 있다’에서 ‘왜 해야 하는가’라는 인간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술 혁신과 경영 혁신에 이어 이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디자인 혁신에서 승부가 나게 되었다. 이제 선도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애플이다. 스마트폰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 준 아이폰의 비결은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있다’고 선언한 것은 인문학에서 인간의 욕구를 파악하고 기술로 그 가능성을 구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디자인 혁신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마크 주커버그를 비롯한 많은 신사업가들은 심리학 등 인문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소비자 욕구 파악이 문제 해결 능력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디자인 혁신은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라는 ‘왜(Why)’를 제공한다. 기술 혁신은 가능성인 ‘무엇(What)’을 뒷받침한다. 도출된 문제 중 해결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영 혁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어떻게(How)’를 제공한다. 더욱 효율적인 구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혁신의 요소들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제 많은 기술은 점점 구현이 쉬워지고 있다. 경영 관리 기법들이 발달하면서 비즈니스 자체도 쉬워지고 있다. 그 결과 ‘왜 해야 하느냐’라는 디자인 혁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과 경영이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디자인은 문제를 찾는 것이다. 이제 기회의 발굴이 문제의 해결보다 중요한 기업 차별화의 요소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와 ‘트리즈(Triz)’라는 모순 해결 방법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스의 비극인 안티고네와 같이 모순되는 가치들이 충돌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인간의 욕구를 파악하는 인문학이 기업 혁신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중심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서비스 디자인이 과거 공정 혁신을 대체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서비스 디자인 자체도 ‘O2O(Online 2 Offline)’를 융합하는 ‘홀론(Holon) 서비스’ 디자인으로 진화할 것으로 바라본다.

인간을 파악하는 것이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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