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6월 26일 詞必己出(사필기출) 반드시 자기 목소리로 글을 써야

입력 2015-06-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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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이게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내 글인지 남의 글인지 따져봐야 한다. 남의 글이 좋아서 외우거나 필사를 하다 보면 내 몸과 생각에 ‘전이’되어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표절을 하게 된다.

당의 문장가 한유는 ‘유정부에게 드리는 답장’[答劉正夫書]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혹자가 묻습니다. ‘글을 지을 때는 누구를 본받아야 합니까?’ 그러면 저는 조심스레 이렇게 답합니다. ‘마땅히 옛날의 성현을 본받아야지요.’ ‘옛 성현들이 지으신 책이 모두 남아 있지만 문사마다 다 다르니 어떤 것을 본받아야 합니까?’ 그러면 저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뜻을 본받되 문사는 본받아서는 안 되지요.’” 이게 바로 사기의 불사기사(師其意 不師其辭)다. 남의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어 문장이 쉬워야 하느냐 어려워야 하느냐는 물음에 한유는 “쉽고 어렵고가 없다. 올바르면 그뿐”이라고 답한다. 또 자신은 이렇게 하라고 인도하거나 저렇게 하지 말라고 금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유는 이 글에서 이런 말도 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란 다름 아니라 능히 스스로 수립할 수 있고 인습(因襲)하지 않을 수 있는 자[能自樹立 不因循者]를 말합니다. 문자가 생긴 이래로 그 누구인들 글을 짓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 전해지는 것은 반드시 능력이 뛰어난 자들의 글입니다.”

한유는 “아침저녁으로 늘 보는 물건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습니다. 기이한 것을 보아야만 모두들 바라보고 언급하지요. 문장인들 이와 다르겠습니까?” 한유의 말은 결국?“반드시 자기 목소리를 내라. 남이 많이 써서 진부해진 말을 제거하기에 힘쓰라”[詞必己出 陳言之務去]는 것이다. 陳言은 낡아빠지고 케케묵은 말인데, 陳에 ‘묵다’라는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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