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르스 추경’ 후세대에 대한 변명

입력 2015-06-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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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딸아. 지금 메르스가 창궐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대. 병원도 폐쇄돼서 영업 손실이 어마어마한가봐. 사람들이 관광도 안 하고 놀이공원에도 안 간대. 그러니깐 지금 수십조원을 빌려서 우선 쓸 테니 나중에 좀 갚아주겠니?”

어린 딸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저렇게 환히 웃는 얼굴만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에 첨단 기술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돈 버는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늘어나면 재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2018년에는 4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고 2036년에는 2명이 1명을 책임지는 시대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메르스로 인해 직접 피해를 당한 계층과 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경기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활력을 주고자 추경을 할 수 있다.

빚을 내서 해결하는 방법은 쉽지만, 미래 세대 누군가는 세금으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후세대에게 세금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경제가 성장한다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줄어, 부채가 있어도 살림살이가 커지는 셈이어서 별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장기적인 성장활력이 저하되고 있어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를 자식이 취직해서 돈을 잘 버는 가계가 아닌 고정된 연금으로 생활하는 가계에 빗댔다. 실질임금이 정체된 가계에서 한 번 늘어난 빚은 없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말미암은 피해를 계산해보니 총 몇 조가 나왔고, 그만큼 돈을 쓰겠다고 하면 동의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대비해 경기를 띄워보겠다는 의도로 과다하게 빚을 낸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급하니깐 무조건 풀고 보자는 식이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방법에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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