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발행 재원 충당 ‘국가재정 운용계획’ 대폭 수정 필요
25일 기획재정부는 추경 등을 포함해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세입결손을 충당하려면 5조~6조원이 소요되고, 메르스로 인한 경기 부양 약 10조원, 가뭄 대책 1조원 등 세출 추경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대 15조~17조원가량의 추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추경의 재원을 충당할 국채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추경 개별 항목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재원 조달 방법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상당 부분이 채권 발행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당시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때 국채 발행 비율은 76%,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때는 93%를 국고채로 조달했다.
추경의 재원을 대부분 국고채로 조달하는 것은 그동안 추경의 재원으로 쓰였던 세계잉여금(총세입에서 세출을 하고 남은 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잉여금은 경기부진의 여파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국가채무가 570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15조~17조원가량의 추경이 예상됨에 따라 국가채무도 증가해 58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고 다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는 문제는 매해 반복됐다. 2013년에 펴낸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15년 국가채무를 550조4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추경 편성 이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와 비교하면 무려 35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정부도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추고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세입을 늘리기로 했지만 경기 부진을 타개하고자 매해 적자 국채만 대거 발행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손실발생 펀드에 과세되지 않도록 펀드 과세체계를 개편하거나 청년 근로자 수가 일정기준 이상 증가한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를 하는 등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한편에서는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시행하는 추경은 국가 재정건전성만 악화한다고 비판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추경을 편성할 수 있지만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노력 없이 국채만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재정건전성만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추경 편성이 상시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세입 결손이 매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 세수 전망을 하고 있다”면서 “기대치에 기반한 전망으로 인해 매년 추경 편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