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을 품은 땅, 갯벌의 자원화로 일구는 창조경제

입력 2015-06-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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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

별주부전의 전설이 내려오는 경남 사천시 비토섬.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주변 토끼섬과 거북섬, 월등도가 광활한 갯벌로 이어진다. 비토섬과 송도 사이에 둑길이 생겨 더 이상 바닷물이 드나들지 못하게 되면서 서서히 죽어갔던 갯벌은 2010년 정부의 갯벌 복원 사업으로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수만 마리 게가 바쁘게 움직이고, 사라졌던 짱뚱어도 돌아왔다. 굴 생산량도 2∼3배나 늘었다. 지역사람들은 갯벌이 완전히 살아났음을 실감했다.

그간 갯벌은 우리 경제발전 과정과 인식체계에서 모진 고초를 겪어왔다. 바다는 지난 반세기 동안 생명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자리를 근대화와 산업화에 억지로 내주었다. 결국, 우리는 지난 26년간 여의도 면적의 약 247배, 총 716㎢에 달하는 갯벌을 잃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최근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갯벌은 전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단위 면적당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 갯벌 1㎢당 연간 제공가치는 63억원으로 우리나라 갯벌 면적 2487.2㎢의 연간 총 경제적 가치는 약 16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소중한 갯벌을 ‘잘 보전하는 것’, 그 자체로도 갯벌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치를 지키는 의미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갯벌의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극대화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갯벌 자원화’는 그간의 ‘갯벌 보호정책’에서 발상을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갯벌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와덴해 갯벌 복원을 생태관광과 연계해 보전과 이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연간 200여만명 이상 관광객이 방문하여 5조9000억원의 소득을 창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갯벌 자원화’의 핵심에는 ‘복원’이라는 적극적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 간척·매립 후 가치가 상실되어 훼손, 방치, 오염되어 있는 갯벌을 복원하여 생태계 기능을 회복시키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자원을 연계하여 해양생태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 갯벌을 터전으로 서식하는 갯벌참굴, 낙지 등 친환경 갯벌 수산물을 고부가 가치화하여 수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는 것도 갯벌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갯벌 정책이다.

물론, 지난 2010년 순천·사천·고창의 갯벌 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복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해수유통이나 염습지 복원 등의 단순 복원으로 이제라도 복원을 생태관광, 갯벌어업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은 좀 더 창조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갯벌 복원 확대를 위해 2008년 조사된 복원 대상지와 그 이후 지역여건 변화, 생태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복원 대상지를 재선정할 계획이다. 또한, 복원 유형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니터링 체계 등을 구축하며, 새로운 복원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갯벌 복원은 해양환경산업, 수산업, 해양생태관광·레저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자연자원을 제공하고, 복원으로 건강해진 갯벌은 자연 재해를 막아주는 덤도 준다. 갯벌 복원과 관련한 일자리 창출 능력은 도로 등을 건설하는 것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높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가.

갯벌 정책이 우리에게 돌려준 자연자원을 십분 활용하여 지역주민이 행복한 해양생태관광을 활성화하는 것도 갯벌을 보전·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는 지역의 자연자원·문화·관광 등 지역별 자원 특성에 적합한 생태관광 모델을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 지원과 홍보·마케팅 강화를 통해 생태관광 수요 창출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지속 가능한 효율적·체계적 생태관광을 위해서는 환경부, 문체부 등 정부 부처 간 협업도 필요하다. 또한, 잘 보전하고 관리한 갯벌은 수산물의 증가로 어민들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이렇듯 갯벌은 우리에게 상생과 공존, 평화가 주는 기쁨을 가르쳐주고, 무한경쟁 시대에 피폐해진 정신을 정화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준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귀한 자원이 있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남해안의 갯벌은 무한한 생명을 품고 있다. 오늘도 갯벌에서 수많은 생명이 자라고 있고, 우리는 갯벌이 선물한 소중한 자원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갯벌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국민에게 행복감을 제공해 주며, 동시에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자원 삼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상생의 개념, ‘갯벌 자원화’가 우리나라 미래에 큰 효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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