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제2의 ‘하모니크루즈의 비극’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입력 2015-06-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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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국 산업2팀 차장

약 2년 4개월 전이다. 국내 최초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가 화려하게 출범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제1호 크루즈선인 ‘클럽하모니호’가 바다 위에 처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순간과 기쁨도 잠시, 하모니크루즈는 출범 1년 만에 클럽하모니호의 임시 휴항을 결정했다. 하모니크루즈는 당시 ‘선박 정비 및 서비스 재구성’의 이유로 잠정적인 휴항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전액 자본잠식에 빠지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에 시달린 것이 본질적인 이유였다.

크루즈선 1척으로 시작한 하모니크루즈는 운항 초기부터 순탄치 못했다. 초반에 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수백억원 대의 투자가 이뤄졌고, 초기 진출이라는 이유로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즉 운항 초기 ‘깜짝 특가’ 효과를 본 승객수 역시 급감해 결국 배가 멈춰선 것이다.

국토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당시 클럽하모니호의 1회 운항당 평균 탑승인원은 513명으로 정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비수기에는 크루즈를 찾는 승객이 300명도 채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클럽하모니호는 바다 위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모니크루즈가 1년 만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를 ‘정부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법상 영해 내에선 국내외 선박 모두 카지노가 금지돼 있다. 크루즈산업의 주요 수익원인 카지노 등 기본적으로 크루즈에 설치돼야 할 오락시설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문화관광체육부는 하모니크루즈 좌초 이후인 2013년 7월, 2만톤 이상 선박에 카지노 설치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 육성지원 법률안’ 발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루즈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게다가 정부 부처 간 입장이 달라 크루즈법 찬반 논란만 가열되고 있다. 해수부는 “연내 국적 크루즈선을 띄우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으나, 문체부는 아예 크루즈선 취항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형국이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얼마 전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내국인에게도 선상 카지노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선상 카지노 허용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외국 크루즈선 카지노엔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면서 국적선에만 금지하는 건 역차별일 뿐 아니라, 크루즈산업의 수익 중 4분의 1 이상이 카지노에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문체부는 도박 문화 확산, 사행심리 조장 등을 우려해 카지노 허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크루즈법이 시행되고 국적 크루즈선이 정상적으로 운항되기까지는 △정부부처 간 의견 조율 △내외국인 허용 여부 기준 △내국인 카지노 허가 관련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이왕 크루즈법 추진을 결정했으면, 정부의 명확한 방향 설정은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입장과 현실적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제2의 하모니크루즈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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